창사특집>‘외지인 우대’로 관계인구 늘고 기부금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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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창사특집>‘외지인 우대’로 관계인구 늘고 기부금도 급증
●지방소멸 위기 극복한 일본 히가시카와
8600명 소도시 고향납세 110억원
‘특별주민증’ 주민과 동일한 혜택
무료 숙박 제공해 마을 방문 유도
기업과 협업 지역 특산물 상품화
‘사진 마을’ 콘셉트 브랜딩 차별화
  • 입력 : 2024. 07.18(목) 17:36
  • 글·사진 히가사카와=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히가시카와정의 ‘너의 의자’ 포스터. 해당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될 때 찍은 이 사진 속 아이는 현재 고3으로, 아직까지도 히가시카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히가시카와정 제공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작은 마을 히가시카와정은 지역특색을 살린 마을 브랜딩화, 생애주기별 복지 및 이주·해외교류 정책 등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해 내고 있다. 사진은 히가시카와정의 시가지 모습. 히가시카와정 제공
일본 최대 자연 공원인 ‘다이세쓰 산 국립공원’ 근처 훗카이도 가미카와군 히가시카와정. 우리나라로 치면 읍이나 면 급에 해당하는 이 작은 마을은 접근성은 낮으나 이른바 ‘사진마을’로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 작은 마을의 인구는 30년새 완만하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6%가 외국인일 정도로 이주민도 많다. 이 곳이 받는 ‘고향납세‘(고향사랑기부금)가 연 110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놀라운 사실 중 하나다. 인구 8600명에 불과한 조그만 마을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히가시카와정의 주민 공공시설인 ‘센토피아2’.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밥을 먹거나 책을 보거나 함께 대화를 나누며 진정한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개인도 기업도 ‘고향주주’...관계인구 확대

히가시카와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정체 모를 카드와 증명서는 다름 아닌 ‘특별주민증’. 이 주민증이 있는 사람은 히가시카와 마을 주민들과 동일한 요금과 조건으로 마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매년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히가시카와 방문 시 1인당 1만엔의 요금을 낸 것이 고향주주 가입을 위한 용도였구나, ‘아차’ 싶었던 순간이었다.

특별주민증뿐만 아니라 고향 주주(고향 납세)들에게 지역 특산물 등 현물 답례품이나 민간 플랫폼과 연계한 카드 포인트 제공이 아닌 마을 내 주주 전용 숙박시설을 연간 2박 무료로 제공하는 등 자연스러운 마을 방문을 유도하며 관계인구를 늘려나간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 2017년11월에는 HUC(Higashikawa Universal Card)를 출시해 마을 주민들과 고향주주에게 배포했다. 현재 이 카드 가입자는 10만명으로, 이들은 마을 내 100여개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적립 및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히가시카와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에도 장학금 일부를 해당 카드 포인트로 지급, 마을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도 고향납세를 통한 협력에 적극 나선다. 실제 히가시카와는 이와츠카 제과 주식회사와 지역 쌀을 사용한 쌀과자를, 미치자쿠라 주조와 손잡고 공설 민영형 양조장을 건설해 ‘히가시카와노유키’등의 술을, 훗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어 천연수를 사용하는 이점을 살린 생수를 만드는 등 기업과 함께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또한 주식회사 호쿠리쿠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판 고향납세’를 정립, 기업 차원의 인재육성 환경 등 정비 사업과 창업화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다.

●특산품 대신 ‘사진’…브랜딩 차별화

1980년대, 지방소멸로 고민하던 일본 정부는 각 지자체별로 특산품을 선정해 홍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히가시카와는 특산품 대신 자연과 사람,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 그 자체를 알리고자 했고, 언어를 초월해 누구나 마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특산품으로 홍보하자는 아이디어를 차용해 1985년 6월1일 ‘사진의 마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히가시카와는 ‘국제 사진 페스티벌’, ‘사진고시엔’, ‘고등학생 국제교류 사진페스티벌’ 등 사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 및 이벤트와 전시회를 연중 개최한다. 특히 국제 사진 페스티벌은 매년 여름에 한달 간 열리는 주요 행사로 전 세계 사진가와 사진 애호가들과 함께 사진전이나 포럼을 열고, 최고의 사진작가를 뽑는 ‘히가시카와상 시상식’도 개최한다.

사진고시엔은 일본 전국에서 예선을 통과한 우수학교 18곳이 모여 고등학교 사진부의 정점을 가리는 전국 사진 대회로, 히가시카와는 이를 확장해 고등학생 국제교류 사진페스티벌을 개최, 사진을 통해 전세계 고등학생들 간 국제교류에도 나서는 등 ‘사진 마을’으로서의 입지를 톡톡히 다지고 있다.

● 생애주기별 복지에 이주민 ‘발길’

출산, 육아부터 노인까지 히가시카와만의 특색을 녹여낸 생애주기별 복지 및 이주, 해외교류 정책도 눈여겨볼만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바로 ‘너의 의자’ 프로젝트와 주민들을 위한 ‘my가구 대출’, 그리고 다문화 공생 및 해외 교류를 위한 유학생 및 외국인 유치 등이다.

태어날 아이들을 맞이하는 기쁨을 지역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너의 의자’ 프로젝트는 히가시카와가 일본의 3대 가구인 아사히카와 가구 생산지라는 점에서 착안, 태어난 아이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새긴 의자를 선물한다. 이 의자는 매년 공모를 통해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며, 호응도가 높아지자 중학교 입학생들에게 각각의 의자를 선물하고 졸업 시 집에 이를 가지고 돌아가는 ‘배움의 의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마을 주민 및 이주민들을 위한 ‘my 가구 대출’은 지역산 가구의 구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마을 내 가구 사업자로부터 대출을 받아 가구를 구입할 경우 이자율의 3% 정도를 HUC 포인트로 적립해 마을 내 경제 선순환을 돕는다.

이 밖에도 일본의 유일 공립 일본어 학교인 ‘히가시카와정립 일본어 학교’를 통해 전세계에서 유학생을 받고 있다. 현재 히가시카와에는 JET프로그램을 활용한 외국인 청년 유치 사업과 자매도시 교류, 외국인 인재 교육 사업 등을 통해 현재 약 500여명의 외국인이 마을에 상주하며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다.
글·사진 히가사카와=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