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농촌 빈집의 변신...임대주택·마을호텔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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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특집>농촌 빈집의 변신...임대주택·마을호텔로 '환골탈태'
2만936동 경관 해치고 안전 위혐
정비 통해 이주민에 저렴하게 제공
나주·강진·해남 등 활성화사업 추진
전학생 가족 거주·정년층 정착 유도
  • 입력 : 2024. 07.18(목) 17:54
  • 송민섭·조진용 기자
귀농인 안지하씨가 직접 재배한 옥수수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양배 기자
나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 직장을 얻은 안지하(28)씨는 1년 전 주거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광주에서 직장까지 매일 왕복 30여분 통근하는게 힘들어 자취집을 알아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나만의 농장’을 만들어 귀농하겠다는 그의 오랜 꿈도 이루고 싶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장을 가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안씨는 직장에서 차로 5분여밖에 걸리지 않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통근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데다 거주비용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시세보다 절반 가량 저렴하다.

꿈을 이룰 수 있는 넓은 마당도 생겼다. 집 면적은 20여평이지만 마당이 100여평이다. 안씨는 이곳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수박, 옥수수, 고구마, 대파 등을 심었다. 계란을 얻기 위해 닭도 10마리 키우고 있다.

안씨가 사는 주택은 나주시가 ‘농촌활력 빈집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4억 2000만원을 들여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데 오랫동안 방치돼 비어 있던 집을 시에서 매입한 뒤 새로 단장했다.

안씨는 “계약기간은 2년인데, 농삿일이 귀찮고 게으른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해보려는 의지만 있으면 농작물은 다 키워볼 수 있다”며 “그래도 시골이어서 비가 오면 벌레들이 가끔 들어온다. 그것 외에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안씨는 저렴한 가격 외에도 건물의 외관과 깔끔한 내부공간도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 15일 방문한 이곳은 낡고 허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깔끔한 모습이었다.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지 2년도 안된 새 건물인 데다 디자인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세련됐다. 벽지는 아이보리색으로 잘 도배됐고, 내부 인테리어도 일반 브랜드 아파트 못지 않게 훌륭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 수준을 높였다”며 “인구 유입을 위해 시중보다 월세를 낮췄고 인테리어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2019년 1만3131동이었던 빈집은 지난해 2만936동으로 늘어났다. 오랜 시간 방치된 빈집은 흉물로 변해 농촌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붕괴나 화재·범죄 발생 위험이 커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 단위 도·농 빈집 정보플랫폼인 ‘소규모&빈집정보 알림e’에 따르면 철거 대상인 4등급에 해당하는 빈집은 1만2422동에 이른다.

전남도는 농촌 빈집이 급증하자 지난해부터 총 140억원을 들여 빈집을 정비, 인구 유입을 꾀하고 있다. 올해에는 28억원을 들여 빈집 2000동을 정비 중이다.

빈집 정비 사업은 안씨가 거주하는 나주시 뿐만 아니라 전남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강진군은 지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개보수한 빈집을 파격적인 조건에 내놨다. 보증금은 100만원, 월 임차료는 1만원이다. 현재 빈집 75동이 개보수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이 가운데 47동의 공사를 마쳤다. 지난해 말부터 임대를 시작해 22가구가 입주해 있다. 강진군 관계자는 “빈집 입주 문의가 많게는 하루 20∼30건 온다”고 귀띔했다.

해남군은 농식품부 민관협력 농촌빈집재생프로젝트 1호 대상지로 마산면이 선정돼 임대주택 8동이 새롭게 단장 중이다.

입주 조건은 해남 외 지역에 거주하며 마산초등학교에 전학이 가능한 자녀가 있는 가구로 무상 임대한다.

해남군은 MZ세대의 새로운 관광트렌드에 발맞춰 빈집을 관광시설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농식품부 공모사업인 농촌유휴시설활용 지역활성화사업을 통해 북평면 내 빈집 5개동을 활용해 마을호텔을 조성한다.

임대, 마을호텔 조성에 이어 가구에서 직접 리모델링시 비용도 지원한다. 귀농어귀촌인가구에게 임대하는 조건으로 11개 동에 최대 1500만원씩 비용을 지원했다. 해남군 내 빈집을 최소 5년 이상 임대차 계약한 무주택 청년 3팀에게는 최대 20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간 방치돼 활용이 불가능한 빈집은 철거하고 군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활 SOC시설로 조성한다. 농촌공간정비사업을 통해 현산·산이면 빈집을 귀농귀촌인 임대주택, 주민 쉼터 등의 공공시설로 만들 예정이다.

이병길 해남군 농촌개발추진단장은 “빈집 정비를 통해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해남을 찾는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자 한다”며 “단순한 빈집 문제 해결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통합으로 문화적 재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빈집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 22개 시·군에 빈집 철거비 지원금으로 150만∼500만원씩을 지급하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지난해 빈집 1700동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송민섭·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