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대한민국 중심세대 성장…“고민 많지만 희망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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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창사특집〉대한민국 중심세대 성장…“고민 많지만 희망 키워요”
●1988년생 ‘창사둥이’ 만나보니
30대 미혼율 42%…경제적 부담 커
좋은 일자리 부족·재취업도 어려워
조직·사회 내 허리 역할 소통 견인
“나에게 주어진 일에는 최선 다해”
  • 입력 : 2024. 07.18(목) 17:54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전국적으로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광주·전남에서는 이직과 취업에 있어 30대가 겪는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19일 광주시청에서 구직자들이 청년일경험드림플러스 1:1면접을 하고 있는 모습. 나건호 기자
민주화 열망과 서울 올림픽, 온 국민이 희망과 기대로 맞이했던 1988년. 전남일보 창사 원년에 태어난 ‘창사둥이’들이 어느덧 36년이 지나 청년기를 보내고 장년기를 마주하게 됐다. 우리 사회의 중심세대로 성장한 이들은 오늘도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과 사회의 기대, 다양한 선택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도 많다.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전남일보 창사둥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30대 10명 중 4명 ‘나혼자 산다’

우리 사회 결혼 연령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결혼 적령기에 해당하는 30대 10명 중 4명은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0대 미혼 비중은 지난 2000년 13.0%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2.5%로 증가했다. 20년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동태 코호트 데이터베이스(DB)’ 분석 결과를 보면 전국의 1988년생 59만5000여명 가운데 49.2%(남자 40.1%·여자 59.5%)만이 혼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당시 1988년생의 만 나이가 법률상 청년기의 마지막 해인 만 34세가 되는 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기 이내 혼인 비율은 고작 절반에 그치는 셈이다.

창사둥이들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현실적인 결혼정책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창사둥이 고준용씨는 “마흔이 넘기 전에 결혼하려고 마음먹고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며 “가장 중요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 부분의 돈을 대출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혼인과 출산을 장려하고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주거정책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공공임대, 청년주택 등은 현재 결혼 적령기 세대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입주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급여, 가정양육수당 등 지원 정책들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며 “대부분 맞벌이 부부가 부모에게 자녀의 양육을 기대고 있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부부들은 사실상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

전국적으로 고용률과 경제활동률이 29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훈풍’이 불고 있지만 광주·전남에서는 이직이나 새로운 직장 취업에 있어 30대가 겪는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광주 30대 경제활동인구는 14만6000여명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000여명 줄었다. 전남은 12만7000여명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000여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30대 경제활동인구가 560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1만1000명 늘었다.

창사둥이들은 지역사회 내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고 급여 수준도 낮다고 하소연했다.

가축방역 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가축인공수정사 일을 시작한 창사둥이 박찬연씨는 “원 직장의 급여 수준이 너무 낮고 직종의 미래가 불투명해 이직을 결정했다”며 “이직 과정에서 괜찮은 조건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지역으로 한정시키면 구직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체 등을 유치해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위 친구들을 보니 퇴사 후 구직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의 경력자 우선 채용과 젊은 사원을 선호하는 기조 등이 강화되면서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사업자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많은 역경과 고민을 겪었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에는 맨손으로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는 축사도 하나 인수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광주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3667만원으로 서울 4633만원의 78%수준에 불과했으며 전남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3966만원으로 서울의 85% 수준에 그쳤다.

● 기성세대-젊은세대 ‘가교’ 역할

“윗세대는 매번 ‘역시 MZ세대라 달라’라고 말하고, 아랫세대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 좀 그만하라고 말해요.”

11년째 광주 북구청 홍보팀에서 공무직 근로자로 일하는 창사둥이 김효진씨는 ‘MZ’라는 단어가 서로 놀리고 웃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밈(Meme)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윗세대에게는 젊은 세대로, 아랫세대에게는 나이가 많은 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 사회의 30대들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씨는 “현재 우리 또래들이 조직과 사회 내에서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된다. 위아래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소통 능력”이라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그는 직장 생활 초창기와 비교했을 때 최근에는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는 “저녁 회식문화가 많이 없어졌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기주장을 뚜렷히 말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며 “점차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씨는 “거창하게 이루고자 하는 직업적 목표는 없다. 단지 오늘에 집중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라며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는 것이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