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4년 ‘지역산업과 고용’ 여름호에 의하면 전남이 전국에서 인구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노동연구원 계간지 캡처 |
지난 2023년 6월 이용객 급감으로 폐업한 보성군 벌교버스공용터미널 대합실에서 한 마을 어르신이 버스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
최근 몇 년간 지방소멸의 현 주소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돼 온 용어들 중 이것보다 더 정확한 말이 있을까. 지방 대 수도권 간의 문화·경제·정치 등 전반적인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며 현재 대한민국은 6·25 전쟁으로 인한 분단 이후 또 다시 두 번째 분단을 겪으며 또 다시 분리되고 있다. 지방에서 어쩔 수 없는 불평등을 겪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제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져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두 개의 국민’으로 불리며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
●전남 22개 시·군 중 20곳 ‘소멸위험’
전남의 지방소멸은 전국에서도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다. 전남은 지방소멸의 위기감을 다룰 때마다 언급돼 왔으나 가속화되는 청년 유출 및 출산율 하락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1990년대만 해도 250만명을 웃돌았던 전남 인구는 지난 2014년 190만5780명에서 지난 2023년 180만4217명으로 10만명 이상 줄었으며, 지난 3월 179만8435명을 기록하며 180만명 선까지 붕괴됐다. 올해 6월 기준 전남 인구는 179만4967명으로 3개월만에 또 다시 3468명 감소했다.
인구 유출로 인해 소멸위험 지역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노동정보원이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에 수록한 ‘2024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전남 22개 시·군 중 순천시와 광양시를 제외한 20개 시·군이 올해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
이는 전남의 90.9%가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는 뜻으로, 지난 2023년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이른바 전남의 서남권 거점도시인 목포시와 호남에서 유일한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는 무안군마저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되면서 지방소멸 위기감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30대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멸 고위험 지역 또한 11곳(고흥·신안·보성·함평·구례·진도·곡성·장흥·해남·완도·강진)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남의 소멸위험지수 또한 0.329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0.61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소멸위험지수가 낮을수록 소멸 위험은 커진다. 소멸위험지수가 1.5 이상이면 ‘소멸 저위험’, 1.0∼1.5는 ‘보통’, 0.5∼1.0은 ‘주의’, 0.2∼0.5는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낮은 전남의 경우 전체 인구가 10년 전보다 5.1% 감소했고, 이 중 20∼30세 여성인구는 23.4% 급감했다.
● 수도권-지방 격차 인구 유출 가속화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2023년 기준 50.6%에 달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 이외 2~4위 도시의 인구 비중은 OECD 국가 중 16위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의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도 2015년 34만원에서 2021년 53만원으로 벌어졌다.
고용률 차이 또한 3.8%p에서 6.7%p로, 10만명 당 문화예술활동건수 역시 0.77건에서 0.86건으로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는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에서도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2001년~2014년 사이 51.6%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으나, 이후 2015년부터 2022년 70.1%로 짧은 시간 내 18.5% 급증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2020~2050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위연령 48.5세를 기록했던 전남의 2050년 예상 중위연령은 64.7세다. 55.4세로 예상되는 서울과 비교하면 거의 10살 차이가 난다.
2020년 22.9%를 기록했던 전남의 고령인구 비중 또한 2050년이 되면 49.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같은 고령화 심화에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비생산가능인구(0~14세, 65세 이상)의 비율 총부양비도 130명에 달한다. 2050년 전남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25~29세 사이 인구비중이 17.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턱 없이 높은 수치다.
● 전남도, ‘지방소멸 극복 원년’ 선언
전남도는 지난 1일 올해를 지방소멸위기 극복 원년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회로 반전시켜 지역에 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인구감소특별법’을 개정, 국가 출생수당과 광역비자 도입 등 7대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난임부부 및 다자녀가정 지원 확대 및 318 출생수당·난자냉동시술비 지원, ‘다함께 돌봄센터’ 운영·시간제 보육서비스 제공 확대 등 출산부터 돌봄까지 전주기적인 지원 확대에도 나섰으며, 전남형 주거 혁신시책인 ‘만원주택’의 본격 추진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안전한 보금자리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거주인구뿐만 아니라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체류형 생활인구’ 유입을 통한 관계인구 확대를 위해 만원 세컨하우스·고향(愛) 여행가자 신규 운영 및 전남 블루 워케이션 확대로 지역정착 선순환 체계 마련에도 나선다.
이와 더불어 전남도는 인구감소 위기 극복을 위해 부처별로 흩어진 외국인(이민) 업무를 총괄할 이민청 유치를 위해 지난해 12월 정부에 제안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 유치 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 바 있다.
김명신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올해를 지방소멸 극복 원년으로 삼고 인구 총력 대응을 위해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인구정책 추진과 함께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제도적 개선 노력을 다방면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