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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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평화를 빕니다
김은지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7.07(일) 18:23
“평화를 빕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 전례 중 인사를 나누면서 이웃에게 평화를 빌어준다. 내 옆의 이웃이 누구든 상관없이 평화를 빈다. 누군가의 평화를 비는 일에 조건은 없다.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바라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순탄치 않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열흘 만인 지난 4일 화성시청 분향소에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놓였다.

그리고 지난 1일 서울 시청역에서는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시청역 근처 사고 현장에는 지금까지도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달리한 9명의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1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추모 공간에 붙은 쪽지 내용이다. 비를 맞아 군데군데 젖은 쪽지 아래로 흰 꽃이 놓였다.

쪽지를 쓴 학생은 “오늘 아침 고등학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신 아빠께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라며, 유가족분들도 평화와 안심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2주 사이 연이어 터진 국가적 참사에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걷는 인도가 침범당했다는 점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더하다.

최근 사고들은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일터 그리고 직장인들이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평범한 공간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매일 뉴스 메인을 장식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인명사고들도 시민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연초부터 하루도 영일이 없이 크고작은 사건사고로 얼룩졌던 2024년이 어느새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부디 남은 하반기에는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집을 나선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언론 톱뉴스가 되지 않길, 모두의 일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