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미안하고 미안하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서석대>미안하고 미안하다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4. 06.26(수) 18:32
이제 막 소년을 벗어난, 아이라면 아이였던 19살 그이는 수첩에 삐뚤빼뚤하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적었다.

2024년 목표 △남에대한 이야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등 첫 직장에서 지켜야 할 일들을 정성스레 새겨놨다. 꿈도 적었다. ‘예체능 계열 손대보기’. 지켜야 할일도 있었다.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말기’…

또 한명의 19살 그이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을 입었더랬다. 나주가 고향인 그는 보건지소장을 지낸 가족의 영향으로 지역 간호대학에 진학, 졸업 후 환자를 돌볼 날을 기다리던 ‘예비 간호사’였다. 미소가 시원했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남다른 아이였다고 했다.

2024년 봄, 두명의 19살 청년이 사망했다. 아빠 찬스니 엄마 찬스니 하며 빠져 나가는 높은 세상의 이야기와 달리 이들은 조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또는 꿈을 위해 돈을 벌고자 세상에 나왔다가 차가운 주검으로 변했다.

처음의 19살 노동자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지난해 전북 전주시 한 제지공장으로 현장 실습을 나왔다. 학교 졸업 후 정규직으로 채용돼 근무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6개월 차 신입사원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6일 가량 멈춰있던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설비실로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최소 1시간 정도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19살 훈련병은 지난 5월23일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가혹행위에 준하는 얼차려를 받고 사망했다.

당시 그는 완전군장에 책까지 넣어 무게를 24kg으로 늘렸고 그것도 모자라 보행, 뜀걸음, 선착순 달리기까지 해야 했다. 총 1.5㎞였다. 거기에 더해 팔굽혀펴기까지 시켰다.

물어보자. 이 꽃다운 청춘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푸르다 못해 서러운 이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죽어야 하는가? 가난하고, 가진게 없어서? 국가의 부름을 따라야 하기에 죽는게 운명이라고?

통렬하고도 저린 반성이 멀고 먼 광주에 있는 필자에게도 밀려오는데 누구 하나 반성도 제대로 된 사죄도 없다.

우리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제대로 된 어른은 없는가. 아직 피지도 못한 두 청춘의 죽음을 두고 조롱이나 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다가 저절로 눈물이 떨어져 이리 적는다.

못난 어른이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