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3대째 막걸리 고급·다양화 주력…4대째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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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산림조합
[전남일보]"3대째 막걸리 고급·다양화 주력…4대째 이어갈 것":
●무화과·쌀 활용 전통주 제조 이현진 영암 삼호주조장 대표
도갓집막걸리·무화과동동주 등
증류식 소주·약주·청주 등 확대
하나로마트· 영암몰 등에 납품
남도장터 입점 예정…생산량 ↑
주조장 이전 종류 다양화 시도
  • 입력 : 2024. 03.18(월) 10:17
  • 글·사진=조진용 기자
영암군 삼호읍 대불주거5로 154에 위한 ‘삼호주조장’
영암 삼호주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도갓집막걸리
도갓집막걸리·무화과생동동주·6도, 문득 무화과막걸리·8도….

영암지역 쌀, 무화과 등을 활용해 막걸리를 만들며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주조장 대표가 있다. 영암군 삼호읍 이현진(43)삼호주조 대표다. 신안 도초에서 40여년 간 주조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삼호주조를 운영하며 지역농산물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목포 인근 하나로마트와 영암군 직영쇼핑몰인 영암몰에 납품하며 1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전국 주조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도제식 교육 이수를 받으며 전문성을 강화했다. 지난 2011·2015년 남도 우리술 품평회 장려상·우수상 수상에 안주하지 않고 증류식 소주, 약주, 청주 등 제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3대 이은 삼호주조

영암군 삼호읍 대불주거 5로 154. 대불산단을 오가는 트럭 행렬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도로 한편에 ‘삼호주조장’이라 쓰인 머릿돌이 눈에 띈다. 머릿돌이 위치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닫혀 있는 주조장 내부 틈새로 하얀 수증기가 연신 뿜어져 나온다. 실내로 들어가 보니 이현진(43)삼호주조대표가 선풍기를 이용해 1000ℓ스탠용기에 담긴 고두밥을 식히느라 분주하다. 이 대표는 아버지 이부송(87)대표 뒤를 이어 주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1945년 함평에서, 아버지는 1967년 신안 도초에서 40여년간 주조장을 운영하다 지난 2004년 영암 삼호읍으로 옮겨왔다.

이 대표가 아버지 뒤를 잇기로 한데는 2000년대 들면서 소비자들이 맥주·소주를 선호하면서 자연스레 막걸리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 군 전역 후 광주에서 컴퓨터계열 회사에서 1년간 근무했다. 당시 아버지가 신안 도초에서 인근 육지로 이전해야겠다고 말씀했다”며 “당시 아버지가 70세를 앞두고 있었다. 2002년 지역 주조장을 각 읍·면 1개만 운영하도록 제한했던 주세법도 개정됐다. 기존 영암에서 운영되던 주조장이 폐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조장을 영암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4년 아버지와 함께 삼호주조장을 운영하면서 첫 공략 타깃은 지역민 입맛이었다. 지역 읍·면에 주조장이 1개만 운영되는 동안 기존 입맛에 길들여져서 이 대표 제품을 낯설어 했다. 이 대표는 끈질기게 경로잔치, 면민의 날 등을 찾아 다니며 입맛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덕택에 안정적으로 지역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됐다.

삼호주조의 주력 제품 도갓집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다. 12시간 침미과정을 거쳐 고두밥으로 쩌네 밑술, 입국, 누룩 등을 첨가해 25일 발효 과정을 거친다
삼호주조는 제품 다양화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일원으로 주조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의 시그니처 제품은 도갓집막걸리다. 영암지역 RPC를 통해 쌀을 수급받아 제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도갓집막걸리를 비롯해 무화과생동동주·6도, 문득 무화과막걸리·8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출시된 제품은 목포·해남 화원면·영암 하나로마트와 영암군 직영쇼핑몰 ‘영암몰’에 납품하고 있다. 매출도 상승 추세다. 지난 2022년 연매출 11억원에서 지난해 12억5000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도갓집막걸리는 쌀세척 후 12시간 침미과정을 거쳐 고두밥으로 쩌네 밑술과 입국, 누룩등을 첨가해 25일간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다. 무화과동동주는 주문생산방식으로 4개 재배농가로부터 수급받고 있다.

●주조 전문화 겸비…술품평회서 수상

삼호주조는 2011·2015년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각각 장려상과 우수상을 거머쥐며 사업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2016년 주조과정에서 오염이 발생돼 지역 음식점, 슈퍼마켓 등에 한달동안 납품을 못한 적 있다.

이 대표는 “막걸리는 살아있는 미생물이기 때문에 온도, 습도, 물 등 조건이 맞지 않으면 오염이 된다. 주조 과정에서는 오염사실을 알 수가 없었고 그대로 시중에 유통 된 것”이라며 “술맛이 변하니 기존 거래처들은 다른 주조장으로 갈아 탔고 직원들마저 경쟁 주조장으로 이직하면서 걷잡을 수없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술맛은 금세 되찾았지만 떠나버린 거래처를 다시 회복하는데 무려 3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오염 등으로 거래처를 잃으며 쓴맛을 본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8월~지난해 11월까지 한국식품연구원이 시행하는 주조교육, 한국가양주연구소 유린수 소장의 주조 위생 교육 등을 받으며 주조과정에서 티끌 하나 오염이 없도록 위생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주조장 이전 제품 다양화…남도장터 입점 예정

삼호주조는 주류시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도 직영쇼핑몰인 남도장터 입점을 앞두고 있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주조장 이전과 함께 4대째 가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현진 삼호주조 대표는 “막걸리에 이어 증류식 소주, 약주, 청주 등을 개발 중이다. 제품 다양화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일원 6000평 규모에 주조장을 이전하려 한다”며 “초등 3년 아들에 장래희망을 물으면 ‘아버지와 술 만들기’라고 답한다. 아버지로부터 주조장을 물려받았듯이 제 아들에게 주조관련 전문교육을 시켜 4대째 주조장 운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삼호주조장 대표. 40여년간 주조장을 운영해 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영암군 삼호읍에서 지역쌀과 무화과를 활용한 막걸리를 생산해 내고 있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