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장애인도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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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장애인도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어요"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 (4) 가상현실 재활운동 리빙랩
VR로 승마·마라톤 등 이색체험
장애인 e스포츠 장벽 낮춰 ‘호응’
광주·국제대회 VR 도입 가능성
“진취적 활동, 근육·신체 활성화”
  • 입력 : 2023. 08.15(화) 17:35
  • 송민섭·정성현 기자
실물 윙슈트와 VR 장비를 사용하고, 서스펜션·바람 등 다감각 자극을 조합해 비행에 가장 가까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윙슈트 시뮬레이터. 국립재활원 제공.
국립재활원 나래관 2층에 위치한 VR리빙랩실은 지난 2021년부터 관련 부서의 연구 활동과 전문 부서의 협업을 통해 만든 조정·스키·윙슈트·승마·자전거·미디어 런닝머신 등의 스포츠를 실감형 가상현질 재활운동 시뮬레이터 11식을 체험할 수 있다. 국립재활원 제공.
VR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는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초기에는 게임·체험·교육·의료 기술 분야에서 확장됐다면, 최근에는 장애인을 돕는데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VR 기술을 활용하면 신체적 제약이 있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같은 활동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VR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의 자세 제어 및 동적 균형과 같은 능력을 키울수 있어 재활 치료의 한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본격화 돼 국립재활원에서 VR기기를 도입, 장애인들에게 e스포츠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국립재활원을 방문해보면, 나래관 2층에 자리잡은 VR리빙랩실(리빙랩)을 볼수 있다. 이곳에서는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평소 즐길 수 없었던 외부활동을 VR과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리빙랩은 국립재활원이 지난 2021년부터 관련 부서의 연구 활동과 전문 부서의 협업을 통해 구축한 곳이다.

이곳에는 승마 1식 외에 모두 2식씩 총 11식의 시뮬레이터가 있다. 조정·스키·윙슈트·승마·자전거·미디어 런닝머신 등의 스포츠를 실감형 가상현실 재활운동 시뮬레이터에 접목시켰다. 시뮬레이터는 장애인들의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하네스와 안정장비를 착용한 채 진행된다.

이중 가장 호평을 받는 시뮬레이터는 윙슈트다. 윙슈트는 양다리와 양팔 사이에 날개가 달린 공중활강을 할 수 있는 슈트로 하늘다람쥐의 모습을 참고해 제작된 익스트림 스포츠다.

이에 착안해 만든 윙슈트 시뮬레이터는 실물 윙슈트와 VR 장비를 사용하고, 서스펜션·바람 등 다감각 자극을 조합해 비행에 가장 가까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 특히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정면에 강풍기를 설치해 실제 하늘 위에서 바람을 맞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승마 시뮬레이터도 인기다. 승마기구 위에 앉아 마치 실제 말을 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가상 현실 환경 속의 다양한 코스와 자연 장면은 마치 실제로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줘 현실감 있는 승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벽과 바닥에 콘텐츠 화면을 투사해 벽에 공을 던지거나 도구를 이용해 생활원예, 낚시, 분리수거 게임 등을 체험하는 벽·바닥 투사형 인터렉티브 프로그램 등이 있다.

장애인들의 평가도 매우 좋다. 지난해 6월 20여 명의 외래 환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국립재활원 가상현실 기반 재활 체육 체험행사’에서 뇌병변 입원환자 A씨는 “비록 가상현실 속이지만 하늘을 날고 있다는 느낌은 걸을 수 있다는 희망보다 더욱 값진 경험이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꼭 지팡이를 잡고라도 걸을 거라는 의지가 생겼다. 하늘을 날았던 이 기분이 다시 걸을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일 것 같다”고 했다.

리빙랩에서는 재활뿐아니라 가상현실 기반 지역사회 재활을 위해 운동기구 및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검증한다.

병원 지역사회, 가정에서 운동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과 재활운동의 효과 근거를 마련하기도 한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운동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재활운동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힘들어하는데 가상현실을 통해 재활욕구를 증진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아 임상재활연구과 보건연구사는 “신체적 여건으로 일상생활 참여가 어려운 장애인이 가상현실 속에서 재활운동 콘텐츠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되면, 흥미와 참여도가 높아지고 신체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재활운동은 장애인들이 특히 힘들어하는데, 이렇게 VR기계 등을 통해 진행하면 땀이 옷을 다 적실 때까지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리빙랩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 주관으로 오는 11월 말 광주시에서 개최하는 ‘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칭)’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광주시도 장애인 e스포츠 대회에서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었던 상황이었다.

한 장애인이 바닥형 콘텐츠 화면을 통해, 물고기 잡기(낚시)를 체험하는 바닥 투사형 인터렉티브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국립재활원 제공.
앞서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광주시·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아시아e스포츠센터 주최·주관으로 ‘2022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을 개최됐다.

당시 ‘호남 권역 최초의 장애인 e스포츠 대회’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많은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전국에서 150여 명의 장애인 선수가 참여하는 등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VR은 장애인의 참여도를 높이고, 나아가 관련 e스포츠 대회까지 개최할 수 있는 등 범위가 다양해 도입을 검토해볼만 하다.

그리고 광주는 제반 환경도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다.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에는 글로벌게임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각종 모바일·PC게임을 비롯해 VR게임 등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이곳에 소속된 업체 ㈜드래곤플라이의 경우 지난 2016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체감형 VR게임(달리거나 피하는 등 몸의 움직임까지 게임에 반영하는 콘텐츠)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즉 광주는 수년전부터 VR게임산업 투자에 나선 상태인 것이다.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는다면, 장애인 VR 콘텐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연철 호남대학교 e스포츠학과장(광주e스포츠교육원장)은 “조만간 국제대회에서 VR 관련 종목이 신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호남대에서는 총장 주재로 한국콘텐츠진흥원(코카)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용 VR 기기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당장은 광주시에서 예산 등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에라도 교육원을 비롯해 e스포츠경기장 등에 VR 시설들이 마련돼 (e스포츠) 인프라가 확장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민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게임팀장은 “현재도 글로벌게임센터에서 여러 체감형 VR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는 심리·재활치료 목적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며 “올 연말에 열리는 ‘장애인e스포츠대회 VR게임 종목’의 채택은 코카·장애인체육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로비에 부스 형식으로 자체 개발한 VR 게임 등의 체험 공간을 만드는 것은 (진흥원 차원에서) 가능하다. 심도있게 논의해보겠다”고 전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