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 폭염특보가 발효된 2일 오후 1시30분께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에서 노후배수관 포장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혜인 기자 |
숨이 턱턱 막혀오는 무더위에 광주에서도 온열환자가 속출하는 등 폭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사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혹사에 시달리고 있다.
2일 오후 1시30분께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 일대에서는 한창 도로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날 광주의 최고기온은 36도를 기록했고, 체감온도도 종일 40도에 육박했다.
전국적인 폭염특보에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오후 시간대(2~5시) 야외활동이나 옥외작업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 공공발주 공사현장 작업자들은 불볕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날 광천사거리 공사장에서는 그늘 하나 없는 도로에서 후끈후끈한 지열을 그대로 받으며 고강도 작업이 이어지자 일부 근로자들은 “더워죽겠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해당 공사는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서남광산수도사업소가 발주한 것으로, 이날 광천1교에서 광천사거리 방향의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교통 통제도 단행됐다.
현장의 한 작업자는 “대부분의 도로공사는 밤에 이뤄진다.열흘 정도 앞당겨 공사를 끝내기 위해 주간에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래도 더위를 무시할 수 없다”며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또 다른 작업자는 “얼음물을 한 트럭으로 마셔도 땡볕에서 일하는데 지치지 않을수가 있겠냐”며 “하지만 조금이라도 쉬면 5시까지 끝마치려던 공사가 퇴근시간까지 미뤄질 수 있어 걱정된다. 너무 덥다보니 얼른 일을 끝내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2일 오후 1시30분께 광주 서구 광천1교육거리에서 광천사거리로 향하는 도로 일부가 노후배수관 포장복구 공사로 통제되자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김혜인 기자 |
횡단보도를 건너던 박효주(38)씨는 “너무 더우니 입으로 자꾸 숨을 들이마시는데 아스팔트를 쏟아 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입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 아스팔트를 덧씌우는 차선과 도로를 평평하게 만드는 롤러 차량이 2개 이상의 차로를 차지하면서, 통행량이 많은 광천사거리와 광천1교육거리에서는 꼬리물기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많은 차량들이 500m도 안되는 거리에서 가다 서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첨단30번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41)씨는 “10분마다 오는 버스가 30분 넘게 오지않고 있어 건너편에서 택시를 타야하나 고민이다”며 “이렇게 무더운 날 한 낮에 공사를 하는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보기만해도 숨이 턱 막혀오는데 ‘일하는 사람들이나 오도가도 못하는 운전자나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발주 기관은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온열질환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폭염에 대비한 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상수도사업본부 서남광산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가이드가 강제성이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빠르게 일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을 지속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 “실제 이번 공사 지역도 발주처는 상수도사업본부지만, 현장 관리는 감리·시공사가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폭염이 굉장히 심해지고 지속됨에 따라 온열질환자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것에 동감한다”면서 “작업이 진행됨에 있어, 부득이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감리자 등과 만나 시공 마감날이 늦어지더라도 최대한 폭염 여건에 맞는 업무 강도가 진행될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김혜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