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외국인 3만명 시대…외사 경찰 1명당 4000명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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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
광주 외국인 3만명 시대…외사 경찰 1명당 4000명 과부하
북구·광산구에 외사요원 있지만
마약·도박 등 외국인 범죄 600건
“전담 9명뿐…인력·지원 태부족”
전문가 “담당 전문 인력 늘려야”
  • 입력 : 2023. 07.05(수) 18:09
  • 송민섭·정성현 기자
광주 광산경찰은 지난달 27일 고려인마을에서 외사치안협력위원회를 개최했다. 외사치안협력위에는 광산경찰을 비롯해 광산구, 출입국사무소, 고용노동청 등 관계기관 등이 포함돼 있다. 광산경찰 제공
광주 내 다문화 가구원 수가 3만명에 육박하면서 마약·도박 등 외국인 범죄도 매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하는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광주 지역 내 절반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는 광산구는 외사요원 1명 당 4000명 이상의 외국인을 담당해야 되는 것으로 확인돼, 늘어나는 다문화 가족의 치안 요구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일 광주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총 2만994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광산구가 1만8511명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이어 △북구 5457명 △서구 2417명 △동구 1854명 △남구 1709명 순으로 많았다.

광주지역 전체 외국인의 80%가 거주하는 광산과 북부 경찰의 경우 외국인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외사계를 두고 운영한다. 외사계가 없는 경찰서는 '공공안녕정보외사계'에 외사 경찰 1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외국인 사건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탈북자 관리 등 다른 업무의 성격을 띄고 있다.

외사 경찰은 통역·여권 위변조·밀출입국·외국간첩·다문화 가정 치안 지원 등 외국인 관련 범죄를 예방·단속하는 일을 한다. 수사 업무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외국인을 담당하는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범죄 예방활동 외 업무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양근호 광산경찰 외사계장은 “외사계는 단순히 첩보 발굴·통역만 한다고 오해하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운전교육·한국 법령 이해 교육·여성 범죄 피해자 보호 등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도 한다”며 “가령 외국인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했다면 관련 기관과 연계해 무료 심리 상담·방문 지도 등을 진행한다. 사회 질서·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기존 업무는 같지만, 사건 발생 전·후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렇다 보니 인력 충원은 언제나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광산경찰은 지난 5월 광주여자대학교에서 한국어 연수 과정을 듣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등 범죄 예방 및 한국 법령 이해 교육’을 진행했다. 광산경찰 제공
현재 광산구와 북구 외국인 전담 요원은 9명이 전부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광산 경찰의 외국인 전담 요원은 5명인데, 그마저도 서무를 담당하는 1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4명의 요원이 전방위로 뛰고 있다. 경찰 1명당 약 4600명의 외국인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급격히 상승한다.

양 외사계장은 외국인 유입이 많은 광주 특성상 장기적으로 외사 인력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는 외국인 범죄가 꾸준했다. 특히 광산구와 북구에 외국인 노동자 근무 비율이 높은 하남·평동산단과 고려인 마을이 형성돼 있어, 앞으로도 외국인 수·범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중에는 불법 체류자도 꽤 존재해 여러 고충도 생긴다. 인력이 충분하다면 업무적으로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에서는 매해 평균 약 600건에 달하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광주지역에서 상해·절도 등으로 붙잡힌 외국인은 총 2959명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502건 △2019년 687건 △2020년 680건 △2021년 629건 △2022년 461건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수의 외국인 사건을 담당했던 광산경찰은 외국인 밀집 지역인 광산구 월곡동을 ‘외사 안전 구역’으로 신청, 지난해 9월 지정됐다. 지난달에는 첫 현장 회의를 고려인마을에서 진행했다.

외사 안전 구역은 경찰청이 전국 주요 외국인 밀집 지역 중 외국인 수·외국인 피의자 수 등을 종합해 외사 치안 수요가 많은 곳을 지정·관리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전국에는 31개 지역이 선정됐다. 광주 유일 지정 구역인 월곡동은 외국인 비율이 14.4%로 광산구 전체 외국인 비율 2.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광주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외국인 범죄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경찰당국이 외사 인력 증축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는 국민들과 경찰들의 밀착점이 있기 때문에 생활안전 경찰부터 배치하게 돼있다. 그러나 광산·북구는 외국인 밀집율이 높다는 특수성이 있다. 외사 파트 정원을 확보해주는 등의 예외 조항이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국가적으로도 이민청을 검토하는 등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지역에 외국인이 빠르게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광주·전남경찰에서도 외사 전담 요원 교육 등 국가적 계획과 맞물리는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