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메이홀에서 오는 31일까지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농사’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도선인 기자 |
오월어머니집 설립자 안성례 여사는 5·18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기독병원의 간호사로서, 수습대책위 활동으로 옥살이한 이후에도 평생 5·18 진상규명에 목소리를 내온 고 명노근 교수의 아내로서…. 안성례 여사는 지난 43년간 매년 상흔의 시간을 보냈다.
안 여사뿐 아니다. 5·18 첫 희생자 고 김경철의 어머니 임금단 여사, 5·18 당시 총에 맞아 두 눈을 실명한 강해중 여사, 1980년 5월27일 최후항쟁 때 옛 전남도청에서 총을 맞고도 살아남았지만 고문 등의 5·18 후유증으로 끝내 세상을 떠난 고 김영철 열사의 아내 김순자 여사…. 오월 어머니 21명이 한 많은 세월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어머니들이 살아온 상흔의 세월이 담긴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농사’ 전시가 오는 31일까지 동구 남동 메이홀에서 진행된다. 전시에는 오월 어머니들이 지난해 5월부터 미술치료 목적으로 직접 그린 그림 200여점이 걸렸다.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 지도는 주홍 작가가 나섰다. 주홍 작가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매주 수요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상처에서 핀 꽃’이라는 제목의 미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품 도구는 주로 크레파스와 물감이었고 수업마다 밥상, 촛불, 옷, 꽃 등의 주제로 그림을 완성했다. 먼저 보낸 자들에게 살아생전 미처 주지 못했던 마음들이 고스란히 화폭에 담겨있다.
특히 10·29 참사를 생각하며 그린 촛불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또 지난해 말 10·29 참사에서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읽는 상황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촛불 그림을 통해 그려냈다. 어머니들은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어도 나라에서 책임을 피한다’, ‘나이가 들어 5·18 때처럼 데모는 못 하니, 촛불을 그린다’는 맘을 나타냈다.
임의진 메이홀 관장은 “자식 잃고 남편 잃고 세월도 꿈도 다 잃었건만 어머니들이 얻은 것은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였다”며 “어머니들이 그린 그림의 손들이 대부분 하늘을 향해 있는 것은 어떤 외침, 어떤 항의, 어떤 분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비움박물관에서 오는 31일까지 5·18 특별기획전 ‘별이 된 자들을 위하여’가 진행되고 있다. 도선인 기자 |
이영화 관장은 “해마다 오월이 오면 비움박물관은 광주를 기념한다. 공교롭게도 5월18일은 세계 박물관의 날이기도 하다”며 “광주민중들이 권력에 눈 먼 독재 권력에 맞서 목숨 걸고 지켜낸, 역사 발전에 이바지한 별이 된 자들의 기록과 사진, 작은 주먹밥의 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