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전기 있는 곳에 기업 들어서는 게 진정한 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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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신년특집>“전기 있는 곳에 기업 들어서는 게 진정한 균형발전”
●전남 에너지주권 지키자
신재생에너지 605만㎾ ‘전국 1위’
송접탑·송전선로 지역민 희생 강요
전력소비기업 수도권 집중 부적절
국가 차원 ‘분산 에너지’ 정책 필요
“지역별 차등요금제 기업 이전 촉진”
  • 입력 : 2025. 01.01(수) 18:33
  •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재생에너지와 첨단 스마트 기술, 정원, 웰니스 등을 컨셉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인근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패널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전기는 첨단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전력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고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수도권으로 집중 공급되고, 정작 그 지역 주민들은 전력 생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피해와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은 풍부한 자연 자원을 바탕으로 풍력, 태양광, 해상풍력 등 발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수도권이 희생하는 구조를 탈피해,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전기가 있는 곳에 기업과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전남도와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자료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남의 전력자립률은 197.9%로 경북 215.6%, 충남 213.6%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발전량별로는 △수력 8만3116㎿h △태양광 671만1756㎿h △풍력 64만1139㎿h △바이오 6876㎿h △기타 32만3189㎿h 등으로, 이중 태양광 발전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 역시 605만8078㎾로 전국 1위다.

전남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태양광, 풍력, 소수력 등 관련 에너지 발전을 위한 상업운전 기업도 많다. 정부 공공데이터포털의 ‘전남 신재생에너지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전남에는 364곳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전남의 에너지 생산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나 전력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남아도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배전망 확대가 절실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전기를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탑 및 선로 확충은 결국 지역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전남에서는 함평, 영광 등 지역 주민들이 한전의 고압송전탑 및 송전선로 건립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영광군의회 송전선로 특별위원회 장영진 위원장은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일자리 또한 편중된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재생에너지 생산 문제를 지역으로 떠넘겨 지역 궤멸을 앞당기는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의 효과적인 활용방안 모색을 통해 전력 다소비 기업의 전남 이주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는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전업계는 정부가 나서 분산 에너지 정책을 확고히 하고, 수요와 공급을 매칭시키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에서 전력 발전사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정부에서부터 정책 추진의 원칙이나 일관성이 부족한 상태”라며 “분산 에너지 정책 추진을 마음먹었으면 전력망 여건을 먼저 고려해 반도체 공장이나 발전소 입지를 정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반도체 등 대기업 공장 및 시설은 다 서울 근교에 짓도록 하면서 지역 발전기업의 전력 공급과잉을 지적하며 출력제한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도 용인에서는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한창이나,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전력이 수도권 전체의 최대 전력수요인 40GW의 4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라는 사실이 알려면서 공장을 짓고도 전기가 없어 가동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부담이 없는데다 태양광이나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RE100’이행을 요구하는 해외 기업과의 거래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RE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도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분산에너지법 연계를 통한 대규모 전력수요 지방 이전 및 클러스터 조성을 바탕으로 지방소멸 극복 및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 모색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에너지 분권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송전탑, 송전선로 등 각종 송·배전망 확충 및 별도 국가 재정투입 없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소멸 극복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며 “진정한 ‘에너지 분권’을 위해서는 분산에너지법을 기반으로 한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과 더불어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