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을 넘나들다'…선구적 미디어 아트 전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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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기술과 예술을 넘나들다'…선구적 미디어 아트 전시 열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양숙현·임용현 초대전
오는 6월15일까지 G.MAP서 개최
미디어아트·인터랙티브·설치 등
생성형 AI 등 동시대 기술 활용
"이중적 사회 구조 날카롭게 조명"
  • 입력 : 2025. 03.12(수) 18:31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임용현 작가가 기획초대전 ‘Post Genesis: 새로운 연대年代’ 개막에 앞서 12일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VR 체험작 ‘아나스타시스 생존기’를 시연하고 있다. 박찬 기자
양숙현 작 ‘OOX 2.0 - 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광주 출신 2명의 미디어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전시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13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 미디어 아트의 다양한 측면을 조망하고,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로 지역 예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G.MAP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 뉴미디어아트특화전인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과 임용현 기획초대전 ‘Post Genesis: 새로운 연대年代’를 함께 소개했다.

먼저 양숙현 작가 개인전은 13일부터 오는 6월15일까지 G.MAP 제1전시실, 1층 로비, 외부 미디어파사드월에서 펼쳐진다.

양 작가는 그간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매체를 실험하고 다중 감각을 통합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술 환경 안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경험, 데이터와 물질의 상호작용, 기술적 오류의 창의적 활용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자리한다. 작가가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작업한 3D스캐닝, VR모델링,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동시대 기술을 활용한 9개의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명인 ‘사변적 물질들’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세계와 사물의 독립적 실재를 탐구하는 철학적 사조 ‘사변적 실재론’을 기반으로 작명됐다. 비인간존재, AI 등을 사변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고찰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OOX 2.0 - 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은 AI 시각으로 인간을 물질적 존재로 해석해 보는 참여형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양 중심의 기술 발달을 벗어나 동양철학에 주목했다. 관람객들은 전시 현장에서 본인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AI가 즉각적으로 생성한 시와 다채로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임용현 작 ‘태풍’.
임용현 작 ‘No More 9 to 6’.
같은 기간 G.MAP 제3~4전시실과 외벽 미디어 파사드 월에서는 광주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임용현 초대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창작자 전시 지원 일환으로 광주·전남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마련됐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3D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영상,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미디어 기법을 통해 기술 발전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사회·개인의 인식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다층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미디어의 양면성을 탐구한 초기 작업부터 인류세 이후의 세대를 조망하는 최근 작업까지를 아우르며 예술적 흐름과 변화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됐다.

‘달콤한 트루먼’은 스마트폰, CCTV, 위성 등 사회 감시 시스템을 시각화한 인터랙티브 영상 작품이다. 팬데믹 이후 더욱 강화된 디지털 감시 시스템을 체험하며, 관람객은 일상 속 통제와 사생활 침해 문제를 되돌아본다.

설치작 ‘태풍’은 정보 과잉 사회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허위 정보의 거대한 흐름을 태풍에 비유했다. 오늘날 디지털 태풍 속에 갇힌 정보환경의 혼란과 사회적 영향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이 현대인의 노동 환경과 소비문화 변화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Apple Consume’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사과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인이 미디어 속에서 정보를 소비하는 과정이 중독적이며 일시적임을 상징적으로 구현했다.

‘No More 9 to 6’는 기술이 노동과 여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이다. 물리적으로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있음에도 미디어를 통해 24시간 업무와 연결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이 밖에도 ‘아나스타시스 생존기’는 기술 문명이 초래한 환경 위기를 반성하고 인류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상상한 VR 체험 작품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기술과 자연, 생명이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를 상상하며 ‘인류와 지구는 지속 가능한 공존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경호 G.MAP 센터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광주 출신 두 작가는 기술과 예술을 접목해 실험적인 작업을 펼쳐 온 뉴미디어아트의 선구자들”이라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예술이 던지는 질문을 깊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