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착륙과정, 랜딩기어·감속장치 사용되지 않은 점 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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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제주항공 참사>“착륙과정, 랜딩기어·감속장치 사용되지 않은 점 의아”
●해외 항공 전문가에게 듣는다
정준모씨 15년 간 운항·정비 책임
인적·환경·기계적 요인 복합 작용
완벽한 동체 착륙 불구 피해 커져
공항 내 콘크리트 구조물 설계 논란
  • 입력 : 2025. 01.01(수) 19:07
  • 정성현 기자
정준모씨가 한 해외 항공사에서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정준모씨 제공
정준모 해외 항공사 운항·정비 책임.
지난달 29일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통해 181명 탑승객 중 179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국적기 사고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낳은 이번 참사의 원인 등을 놓고 많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는 해외 대형 항공사에 재직 중인 정준모 운항·정비 책임자에게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사 원인과 향후 재발방지책 등을 들어봤다. 정 책임자는 대형 비행기 정비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항공 정비사로 시작해 현재 10년 째 운항 및 정비팀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고 이후 수습·원인 분석 등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간단한 총평 부탁드린다.

△제주항공 참사를 보고 국민의 한 사람이자 항공인으로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번 사고에는 인적·환경·기계적 요인 등 아주 복합적인 것들이 뒤섞여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 조차 의아한 부분이 많아 확실한 대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러 사고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적인 의문점이 있다면.

△어떤 한 단일 원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체크해야 할 사고요소들이 많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주요 의문은 ‘조류 충돌 직후 엔진이 모두 파괴되면서 전력이 다운됐는지’, ‘유압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되지 않았음에도 플랩·스포일러 등 감속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 안테나 구조물이 왜 콘크리트로 설계됐는지’ 등이다. 사실상 동체 착륙이 완벽하게 진행됐음에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 많은 조사가 이뤄져야할 지점인 것 같다.

-1차 착륙 시도 때는 랜딩 기어가 내려와 있었다. 조류 충돌 후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떠오르는 행위)과 2차 착륙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가장 의아한 부분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이미 사진·비디오를 통해 많이 증명됐다. 복행 후 유압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얘긴데, 엔진은 독수리 처럼 큰 생물이나 새떼 여러마리가 들어가지 않는 한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설령 두 엔진이 제공하는 전력과 모든 유압이 마비됐다 하더라도 사고 기종인 보잉737은 전기와 유압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수동 랜딩 기어 조작 레버가 있다. 비상상황 시 사용하는 이 행위는 중력으로 모든 바퀴가 내려오는 데 10초 안팎이 걸린다. 특히 앞쪽과 뒷쪽 수동 랜딩 기어는 각각 독립된 개체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세 곳 모두가 동시에 결함이 났다’는 경우의 수도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동체착륙 과정에서 다른 감속 장치들도 작동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사고 영상을 보면 항공기를 감속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플랩이 내려오지 않았다. 육상 접지 이후 마찰력을 주기 위해 펼쳐야 하는 스포일러 또한 접혀 있었다. 이를 봤을 때 유압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동체착륙 과정에서는 충돌 직전까지 역추진 장치가 작동됐다. 유압 시스템은 끝까지 작동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기장·부기장이 왜 감속 장치들을 사용하지 않았는 지에 대해서는 블랙박스 결과를 봐야 의문이 풀릴 것 같다.

-국토교통부에서 회수한 블랙박스를 분석 중이다. 기록된 내용을 보면 사고 원인 등이 다 파악될 수 있는지.

△이륙 직후부터 사고 직전까지의 모든 상황이 다 담긴다고 보면 된다. CVR(음성기록장치)과 FDR(비행데이터기록장치)이 매초 입력된다. 예를 들어 플랩은 몇 도였고 랜딩 기어는 업이었는지 다운이었는지, 기체를 왼쪽으로 틀었는지 오른쪽으로 틀었는지 등이다. 정부의 블랙박스 커넥터 분실 발표에 대해서는 추출해 내는 방법에만 영향을 줄 뿐이지 내용에는 별다른 악재가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해석이 완료되면 해당 사건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풀리게 될 것이다.

-로컬라이저 안테나 콘크리트 설치물에 대한 논란이 크다. 국토부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는데.

△선진국인 대한민국 공항에서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 충돌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는 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LS 안테나와 공항 디자인은 동체착륙 등 예상보다 긴 착륙 시 쉽게 부서지는 재질로 설계돼야 한다. 콘크리트 설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항공법에 따라 적법한 규격으로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례를 통해 허점이 드러났다. 비행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

△먼저 투명하고 신속한 사고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 항공사에서는 이번 처럼 ‘재앙적 사고’ 발생 시 모든 비행기 관련 서류와 데이터베이스 조작을 금지시킨다. 또 각 항공사의 안전관리책임자와 비행기 제조사·엔진 제조사가 협력해 블랙박스 데이터를 조사한다. 이 작업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명확한 검증을 통해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문제가 아닌 기체의 문제였다면 전세계 모든 같은 기종에 대해 전면 보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별개로 공항에 대한 시설적 안전점검 보완과 파일럿 트레이닝 및 직원 관리 등에 대한 점검도 최대화 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