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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씻김굿 고풀이 '고'와 교황 프란체스코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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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씻김굿 고풀이 '고'와 교황 프란체스코의 '매듭'

매듭풀이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이태원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매듭을 풀고 고를 푸는 일이다
국가가 도대체 무엇이며
종교는 또 무엇인가

게재 2022-11-24 16:38:57
진도 씻김굿 고풀이 장면. 이윤선
진도 씻김굿 고풀이 장면. 이윤선

고풀이는 남도의 씻김굿에서 연행되는 후반부 거리 중의 하나다. 본 지면을 통해 두어 번 고풀이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 소개하였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내 마음의 발로이기도 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대하며 다시 고풀이를 소환할 생각을 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맹골도를 바라보는 해안에 흙집 짓고 살던 소설가 고 곽의진은 세월호의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뜰 일을 하다 쓰러졌긴 했지만 나는 그 죽음이 세월호의 충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나와 나누었던 카톡에 절절했던 내용이 남아 있다. 의무와 책임, 풀어야 할 과제들 말이다. 어찌 보면 아무런 관련이 없던 우리에게 세월호가 얹어준 무게가 그러했다. 곽의진과 내가 진도사람이어서 그랬고 동시대인이어서 그랬다. 세월호에 희생당한 아이들이 바로 내 자식이며, 참살당한 이들이 내 가족이나 다름없기에 그랬다. 실제 내 둘째 아이도 세월호와 거의 유사한 시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참이었다. 참사 소식을 듣고 얼마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지, 하지만 내 아이가 무사하다고 차마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태원 참사라고 다를 것이 없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사랑한 그림, 매듭을 푸는 성모마리아

교황의 바티칸 집무실에는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 마리아'가 걸려있다. 흔히 기적의 성화라고 한다. 여러 정보가 있지만 그중 잘 정리되어있는 Jrkimceo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유래를 간추려 둔다. 1612년에 독일의 귀족 볼프강 란젠 만텔은 소피아 임호프와 결혼한다. 하지만 혼인 생활은 얼마 가지 않아 위기에 부딪힌다. 예수회 사제 자콥 렘을 만나 기도를 요청한다. 당시 수도원에서는 혼인하는 신랑과 신부에게 리본을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예배 중에 서로 포옹하고 난 후에 이 리본을 묶어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한다는 상징이었다. 1615년, 자콥 렘 신부가 기도와 예식을 행하던 중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갑자기 리본 매듭이 풀린 것이다. 이 때문에 위기의 부부는 문제해결의 은총을 받았고 이혼을 피하게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감사의 표시로 1700년경 화가 요한 멜키올 슈미트너에게 의뢰해서 성화를 완성하게 된다. 바이에른의 작은 성당에 모셔진 이 성화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 이내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까지 알게 되었는데, 그가 교황 프란치스코다. 교황에 취임하자마자 교황청 특별 알현 접견실에 이 그림을 걸어두고 청원 기도를 드리게 된 내력이 이러하다. 이후 여러 지역, 다양한 행사, 다양한 형태로 이른바 '매듭을 푸는 성모 마리아' 그림이 확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러 그림이나 조각에서 재현되는 이미지를 보면 마치 우리의 씻김굿 고풀이와 닮아있다. 어떤 문제를 풀어낸다는 의미로 확장되어 매우 광범위한 상징으로 그려지거나 연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씻김굿 고풀이의 '고'와 교황 프란체스코의 '매듭'

지난 칼럼을 소환하여 '고'의 의미를 다시 확인해본다. '매듭'으로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기호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완도에서는 올가미를 '고'라고 하고 구례에서는 방앗공이를 '고'라고 한다. 올가미나 방앗공이는 '고리'의 다른 표현이다. 국어사전에는 "쇠붙이나 끈 따위를 구부려서 두 끝을 맞붙여 만든 물건"을 '고리'라고 한다. 둥근 모양을 이룬다. '문고리' 등의 용례가 있다. 또는 "여러 가지가 서로 연관된 사물 현상을 말한다. 하나하나의 부분"으로 해석한다. '중심 고리', '연결 고리' 등의 용례가 있다. 고풀이는 다섯 매 혹은 일곱 매 등으로 묶어 둔 질베(길베)를 푸는 의례다. 전자로 해석하면 문고리 같은 둥근 고리를 푸는 행위고, 후자로 해석하면 연결 고리를 푸는 행위다. 당연히 나쁜 것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이승에서 엮인 나쁜 것들과의 '매듭'을 풀어내는 노래요 의례라는 뜻이다. 남도 씻김굿 고풀이는 '고리'를 풀어내는 모의행위를 통해 꼬아지고 비틀린 매듭들을 푸는 노래요 의식이다. 매듭은 매우 많은 의미를 함의한다. '고풀이'와 '고개' 등의 이면에 대해서는 2019년 1월 17일자 본 지면의 내 칼럼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복 입은 성모상을 보고 마돈나 코리아나! 곧 한국의 성모님이라고 감탄했다 한다. 프란치스코의 마인드가 씻김굿을 하던 우리네 어머니네들과 맞닿아 있기라도 한 것일까? 만약 프란치스코가 남도 씻김굿의 고풀이를 봤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그가 분명히 환호했을 것이라고 본다. 차제에 씻김굿 고풀이를 로마 교황청에서 연행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내가 한번 기획해볼 요량이다. 그래서다. 교황이 사랑한 성화를 지금 여기 소환하는 이유 말이다.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원인 규명을 하는지 마는지, 책임지는 자도 없으며,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다. 오히려 유치한 이유 앞세워 뒤로 숨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울음들을 대하노라니 어찌 당국자들이 이럴 수 있는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이없고 참담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픔을 공명하지 못하는 이들을 어찌 동시대인이라 할 것이며,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이태원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매듭을 풀고 고를 푸는 일이라 생각된다. 국가가 도대체 무엇이며 종교는 또 무엇인가. 우리의 삶과 죽음, 존재 이유에 대해 거듭 상고하는 날이다.

남도인문학팁

'매듭을 푸는 성모마리아'에서 남도 씻김굿 고풀이 노래까지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의 기도'라고 소개된 기도문과 씻김굿 고풀이 노랫말 일부를 인용해둔다. 매듭풀이와 고풀이의 의미를 묵상하며, 국가의 의미와 공동체의 역할을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살아남은 우리에게 그들의 원과 한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자들을 엄벌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매듭을 푸시는 마리아여! 초제왕에가 풀린 고를 십제왕에가 풀고 가소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매듭을 푸시는 마리아여/ 풀리지 않는 수많은 매듭에/ 어찌 귀 기울이시지 않으랴/ 매듭을 푸시는 마리아여/ 매듭을 푸는 손길이 있다는 것/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매듭을 푸시는 마리아/ 여기 이 미로를 보소서/ 저는 이것을 풀 수 없으니/ 도와주소서, 거룩한 분이여/ 매듭을 푸시는 마리아/ 저는 끝까지 헝클어진 미로이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풀로 가자/ 풀로 가자/ 산신님아/ 산고를 풀으시고/ (가)신님아/ 집고를 풀으실 적/ 고 풀어 만고 풀자/ 심중에가 맺힌 고를/ 포부에 풀으시고/ 포부에가 맺힌 마음/ 왼 정으로 다 풀어서/ 억천만물 뒤에도/ 굴과 고통이 다이 없이/ 대신 고애가 풀렸소~(중략) 초제왕에가 맺힌 고는/ 이제왕이 풀고 가고/ 이제왕에가 맺힌 고는/ 삼제왕(이) 풀으시고/ 삼제왕에가 맺힌 고는/ 오제왕으로 풀고 가고~(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