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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년 유예… 일회용품 여분 남았으니 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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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년 유예… 일회용품 여분 남았으니 쓸래요"

●일회용품 사용 금지 첫날 풍경
카페‧식당서 빨대 등 제공 안돼
1년 계도에 현장 '혼란 가중'
환경단체 "사실상 규제 포기"

게재 2022-11-24 15:40:10
24일부터 카페나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등의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이날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카페 내부에는 여전히 일회용품이 비치돼 있다. 김혜인 기자
24일부터 카페나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등의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이날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카페 내부에는 여전히 일회용품이 비치돼 있다. 김혜인 기자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금지 품목이 확대된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환경단체 역시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 규칙에 따라 24일부터 카페나 식당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이번 지침 대상 또한 카페, 음식점뿐 아니라 편의점과 빵집, 대형마트, 경기장까지 대폭 확대됐다.

그런데 환경부는 상황에 따라 불가피할 경우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1년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결정하면서 이날 카페, 식당 곳곳에서는 플라스틱 빨대·종이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일회용품 사용금지 확대 조치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오락가락 계도기간 조치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광주 동구 동명동에서 디저트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계도기간이 계속 연장되고 있는데, 과태료가 부과되는 강제성은 언제 생기는 것인지 헷갈린다"며 "잠깐 앉아있다가 나가겠다는 손님에게 단호하게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 곤란하다.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현장의 상황을 보고 가장 적합한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 카페 사장 정모씨는 "종이 빨대는 기존 빨대보다 단가가 배로 올라간다. 업주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업주가 빨대·종이컵과 같은 용품들을 대량으로 산다. 나 역시 여분이 남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지자체 과태료가 집행될 수 있다고 한다. 계도기간을 둬도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인지, 현장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어떻게 줄여나가라는 것인지 헷갈린다"며 "이번 지침 내용이나 정보 또한 단속기관인 지자체가 나서 최소한의 자료설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24일 서구 상무지구의 한 편의점에 일회용봉투 판매 금지 안내문에 걸려있다. 김혜인 기자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24일 서구 상무지구의 한 편의점에 일회용봉투 판매 금지 안내문에 걸려있다. 김혜인 기자

이날 서구 상무지구의 한 편의점에서도 손님이 음료수를 사고 봉지를 요구하자 직원이 50원을 받고 검은 비닐봉지에 제품을 담아줬다.

직원 엄미숙(52)씨는 "아직도 많은 손님들이 봉지를 달라고 한다. 음료수 등 무거운 상품을 구입했거나 물건이 많을 때는 비닐봉지를 줄 수밖에 없다"며 "비닐봉지 사용 금지 규제가 유예된 상황이라 비닐봉지 제공 금지 안내 스티커도 떼버렸다. 물론 계도기간이지만 그 안에 사람들이 얼마나 인식하고 비닐봉투 사용을 자제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카페 곳곳에서도 여전히 빨대를 입구에 비치한 채 손님들이 집어 가는 등 규제가 잘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형석(35)씨는 "손님들에게 어떠한 불편사항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게 상인들의 마음이다. 빨대나 홀더를 없애는 게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벌써 세종시나 제주도에서는 손님들이 불편하다고 클레임을 걸어 난리가 났다고 한다"며 "정부 지침이라도 클레임이 들어오면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고 토로했다.

24일부터 카페나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등의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동구 동명동의 한 카페에 다회용컵 사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도선인 기자
24일부터 카페나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등의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동구 동명동의 한 카페에 다회용컵 사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도선인 기자

시민들은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치평동 주민 박중기(31)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종이컵이 때때로 필요한 상황에서 찾게 된다. 카페에서도 자연스레 아메리카노를 시킬 때도 빨대가 없으면 불편한 느낌은 든다"면서도 "만약 치워버린다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적응할 것 같다. 정말 필요할 때 아니고서는 최대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회용컵을 들고 다니는 직장인 한모(29)씨는 "평소 플라스틱이나 일회용기 제품을 쓰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면 이번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행된 것에 대해 다들 수긍할 것이다. 불편한 감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만큼 환경을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계도기간을 두는 것은 정책 유예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종필 광주 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 규정은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법이다. 오히려 계도라는 명분으로 당장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감이다"며 "쓰레기 문제가 중대 이슈로 부상한 만큼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시민들과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