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날아든 '예비군 훈련 통지서'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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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폭염 속 날아든 '예비군 훈련 통지서'에 부글부글
35도 웃도는 무더위 속 훈련 진행
"현역 때도 이런 날씨엔 훈련 연기"
계절학기·여름 휴가계획 차질 호소
관계당국 “예비군 건강관리에 최선”
  • 입력 : 2025. 07.07(월) 18:08
  •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동원예비군 훈련 안내 통지서. 독자 제공
“이런 폭염 속에서도 예비군 훈련을 하네요, 현역때도 이런 날에는 훈련이 연기됐던 것 같은데….”

광주지역 한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숨막히는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아랑곳 않고 진행되는 예비군 훈련에 대상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7일 광주·전남지방병무청 등에 따르면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예비군 동원훈련이 실시된다. 올 여름 가뭄이 일찍 종료되고 폭염이 빠르게 시작됨에 따라 예비군 훈련 대상이 된 20대 청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예비군 4년차인 이상호(26)씨는 “현역 시절에도 날씨가 너무 더우면 훈련 등을 뒤로 미뤘던 것 같은데, 예비군 훈련 갈 생각을 하니 참 막막하다”며 “모두들 생업 등으로 바쁜 시간을 빼서 가는 만큼 이런 더운 날씨는 피해서 동원훈련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한창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장지석(26)씨도 불만을 터트렸다.

장씨는 “대학 계절학기나 자격증 공부 등 중요한 시기에 예비군 훈련을 가는 것도 짜증나는데 이런 뜨거운 날씨에 부르니 더 화가 난다”며 “훈련 대상자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잠까지 자야 하는데 이 날씨에 이건 아니지 않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무더위 속에 예비군 훈련만을 위해 뜨거운 햇빛을 뚫고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특전병으로 근무했던 백동진(23)씨는 “광주지역에 훈련받을 자리가 다 차서 어쩔 수 없이 경남까지 가서 훈련을 받았다. 이런 무더위에는 예비군들을 배려해 실내 위주의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는 통상적으로 한 달 전에 전달되지만, 짧게는 1~2주일 전에 통보되다 보니 여름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정근영(26)씨는 “예전에 여행 계획을 짰다가 갑작스레 1주일 전에 통지서가 전달됐다”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그냥 여행 계획 자체를 짜지 않았다. 국방의 의무를 해야하는 건 맞으나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동원으로 지정된 훈련 대상자들은 훈련일정을 자동으로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예비군법 15조에 따라 동원훈련을 입영일자 연기 절차 없이 무단불참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처분을 받게 되며, 타인을 대리해 훈련에 참석 시는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고, 대리를 받은 대상자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는다.

8일 예비군 훈련소로 향해야 하는 한 시민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날씨에 총과 방탄모를 쓰고 훈련에 참여할 생각을 하니 정말 화가 난다. 냉방시설이 제발 잘 작동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계당국 관계자는 “예비군 교육훈련 훈령에 따르면 재난지역 선포, 악천후, 감염병 등 특별한 상황시에는 국방부 승인 하에 훈련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며 “예비군들의 건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