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내린 많은 비로 서울 도로 곳곳이 침수된 모습. 뉴시스 |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문영훈 행정부시장 주재로 집중호우 대비 긴급 대책점검 회의를 열었다. 광주도시철도2호선 공사 현장, 지하차도 침수 지역 등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현장을 중심으로 점검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은 폭우 발생 시 가장 우려되는 현장이다. 지난 2020년 광주·전남의 역대 최악의 물난리 당시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는 공사 장비가 상가 유리창에 피해를 주기도 했고, 땅꺼짐 사고 등이 발생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지하에서 공사하는 도시철도공사 특성에 따라 호우 피해가 발생하면 침수 위험성이 높다. 이에 따라 최근 광주시는 장마 기간동안 도시철도공사 굴착을 일시중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광주천 범람 위험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2년 전 광주천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져 인근 자전거 도로가 완전히 잠겼다. 복개하천은 폭우 때 물길이 좁아지는 병목 현상이 생겨 인근 지역에 침수 피해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복개하천 복원 논의도 수면 위로 올랐지만 논의 자체는 다시 중단됐다. 현재 광주시는 복개하천 복원을 경제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도 폭우 발생에 따른 재해 위험성이 높다. 최근 2년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상당수 지역은 수해 피해 복구 작업을 여전히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발방지 대책 수립까지 포함한 '항구 복구' 공사의 경우 복잡한 절차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하다.
이날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수해 피해 현장 2286곳 가운데 2232곳의 경우 복구공사가 완료됐지만, 54곳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해를 입은 841곳 가운데 89곳도 여전히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재발방지 대책까지 포함한 항구 복구 공사가 이뤄지는 17곳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10곳, 2021년 7곳 등 최근 2년간 이뤄진 항구 복구 현장 17곳 가운데 공사가 완료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이들 현장의 경우 완공까지는 최소 3년 이상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늦장 공사가 이뤄진데는 지지부진한 행정절차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항구 복구 공사의 경우 예산 편성부터 설계발주까지 2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고 이후 하천 기본계획 변경과 영산강환경유역청의 환경영향평가, 중앙부처의 설계 심의, 문화재 조사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통상적으로 착공에만 18개월 이상 걸린다"며 "최대한 행정절차를 앞당겨 간신히 착공에 돌입했지만, 완공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광주시와 전남도가 일회성의 정책을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100년 빈도의 천재지변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낙선 영산강 재자연화 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비를 못막겠다고만 할 게 아니다. 기후위기로 빈도는 점차 잦아질 수 있을 것이다"며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선 지역의 물길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지·김진영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