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세 번째 기록 – 알아두면 쓸모있는 해양 지식: 염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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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세 번째 기록 – 알아두면 쓸모있는 해양 지식: 염분 이야기'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2. 06.29(수) 13:06
  • 편집에디터

요르단의 사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뉴시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 다시금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오는 해수욕의 계절에 맞춰 오늘은 재밌는 해양 지식, 염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마 우리 모두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다 의도치 않게 바닷물을 마셔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 경험을 통해 바닷물이 엄청나게 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바닷물은 순수한 물에 여러 종류의 물질이 녹아있는 것으로, 일반적인 구성 비율은 순수한 물이 97%, 녹아있는 물질이 3% 정도이다. 특히, 녹아있는 물질 중 대부분(약 85%)이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원소기호 Na)과 염소(원소기호 Cl) 즉, 염화나트륨에 해당하기 때문에 바닷물의 맛이 짠 것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라면의 경우 소금이 약 1% 정도 녹아있다고 알려져 있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염도가 약 0.5~1% 정도라고 하니 바닷물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적어도 3배 이상 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는 대략적인 평균값이고 바닷물의 염분은 해역마다 다르다.

바닷물의 염분 변화 혹은 차이를 유발하는 현상은 다양하다. 첫 번째로 강수와 증발을 생각할 수 있는데, 강수는 바닷물을 희석해주는 역할을 하여 염분을 낮출 수 있고 증발은 물의 양을 줄여 염분을 증가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강물이나 남북극 같은 곳에서의 얼음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현상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들 현상은 강수와 유사하게 바닷물을 희석하여 염분을 낮춘다. 이외에 다른 해역으로부터 고염분 혹은 저염분의 바닷물이 해류를 따라 유입되는 현상이나 바다에서의 얼음(해빙(海氷)) 생성 과정도 염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다. 다시 말해, 이들 현상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해역별 염분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현상들에 의해 발생하는 염분 변화와 해역별 염분의 차이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작은 염분 변화가 바닷물의 무게(정확하게는 밀도) 차이를 야기하여 해양의 활발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실제로 염분의 경우 % 혹은 ‰ 단위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단위(psu, g/kg 등)를 사용하나 독자분들의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투모로우' 영화에 등장했던 대서양 자오면 순환(일명 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라 부름)을 들 수 있다. 대서양 북부에서는 멕시코 만류(Gulf stream)를 따라 대서양 북부로 공급된 고염분의 바닷물과 북극의 기후 요인에 의해 대서양 심층수가 형성된다. 해당 바닷물은 높은 염분을 가진 덕에 주변의 다른 바닷물에 비해 무거워 심층으로 가라앉고 적도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해당 과정은 극지방의 찬 기운을 적도 지역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의 열균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AMOC에서도 핵심 순환 파트에 해당한다. 투모로우 영화에서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북극에서 얼음 녹은 물이 많이 유출되어 높은 염분의 대서양 심층수가 생성되지 못하면서 AMOC가 멈추고 북반구(특히 미국)에 빙하기가 온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바닷물의 염분 차이는 신기한 자연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염분이 너무 높아 사람을 비롯한 모든 물체를 둥둥 뜨게 만드는 사해, 염분이 크게 다른 두 바닷물이 만나 바다를 둘로 나눈 듯한 경계선이 형성된 덴마크의 스카겐 그레넨 등은 염분이 만들어 낸 신기한 현상으로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어 이번 여름 휴가 때는 다양한 바다 여행을 계획한 독자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만약 바다에서 열심히 놀다 바닷물을 의도치 않게 마시게 된다면 "어우 짜!"라는 반응보다는, '이 바다는 왜 짠 것일까' 하는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윤승태 조교수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