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를 통해 배우는 인생의 따뜻함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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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를 통해 배우는 인생의 따뜻함과 배려
  • 입력 : 2022. 06.30(목) 11:10
  • 이용환 기자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 자유의길 제공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

권혁상 | 자유의길 | 1만3000원

라틴어가 주는 최고의 유희는 자신이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라틴어는 화려하면서 따뜻하다. 유럽에 여행을 가서 성이나 광장, 성당 벽에 새겨진 라틴어를 읽어낼 때는 마치 자신이 무언가 큰 특권을 갖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간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은 라틴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이 언어의 매력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라틴어 단어나 문구를 소재로 라틴어의 특징과 주요한 문법사항을 알려준다. 유명한 라틴어 문구나 문장에 담긴 옛사람들의 혜안도 살핀다.

저자는 책 머리에 "이 책에서 나누고자 하는 필자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라틴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매력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한다. 라틴어라는 매력적인 언어로부터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감을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라틴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거의 없다. 긍정의 언어로 사회 전체에 긍정의 스펙트럼을 전달하려는 고대 로마인의 신선한 문화다. 각자의 상황과 수준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유연한 사고도 치열한 우열경쟁을 거쳐야 하는 현대인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때 세계를 경영했던 가장 강력했던 제국이었지만 주변의 약소 국가들을 동맹국으로 평등하게 우대하고 동일한 시민 권리를 부여했던 로마인들의 평등한 시민 의식과 가치관, 상대를 수평적으로 생각하고 이타심으로 배려했던 통 큰 문화도 경이롭다.

사실 라틴어는 꽤 쓸모가 있다. 서양 고전학, 신학, 법학 같은 학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복잡하고 정교한 문법체계가로 익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들여진다.

우리의 사유도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라틴어를 배울 때 흔히 접하는 문구들은 마치 고전 문학작품처럼 오랜 세월 살아 남아서 그 생명력과 호소력을 증명한 문구들이다. 인류의 오랜 사유와 통찰을 담고 있는 언어와 대화하는 일은 그래서 우리의 내공과 매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시중에서 쓸만한 라틴어 교재는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기보다 라틴어를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문법만 설명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라틴어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읽으면서 라틴어 기본 문법까지 익히고, 라틴어를 통해 인생의 따뜻함과 배려까지 배울 수 있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