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 ·최성주> '경제가 안보'이며 '안보가 경제'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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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 ·최성주> '경제가 안보'이며 '안보가 경제'인 시대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59)우크라이나 전쟁의 지구적 영향||
  • 입력 : 2022. 06.27(월) 13:13
  • 편집에디터
최성주 특임교수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진입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매일 접하는 살상과 파괴 소식은 슬프고 참담하게 한다. 민간인 학살과 같은 전쟁 범죄도 계속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양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침략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에서 그 영향과 충격은 심대하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하여, 미국 등 자유 진영은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와 곡물, 원자재 등 주요 수출국으로 이번 전쟁은 세계경제와 인류의 삶에도 총체적인 영향을 준다.



현재 지구촌에는 상당수의 국가나 지역이 전쟁 또는 분쟁 상태에 있다. 그 실례로, 미얀마 및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은 여전히 내란 또는 내전 중이다. 이 중, 소말리아는 90년대 초반 이래 군벌 간의 세력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들 분쟁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규정한 바와 같이, 이번 전쟁은 자유 진영 대 공산독재 진영 간의 충돌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는 양 진영의 중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예속될 경우, NATO동맹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위협 하에 놓이게 된다. NATO로서는 동맹의 안보를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부터 떼놓아야 한다. NATO는 군대를 파병할 경우 러시아의 보복적 대응 및 이에 따른 전선의 확대로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NATO는 전투병을 파견하지 않고, 전차 및 대포, 드론, 소형무기 등 각종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중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총 400억불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및 경제지원 법안에 신속히 서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장군 10여명을 표적 살해하는 과정에서 서방 정보당국이 은밀히 제공한 위치정보가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둘째, 교전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공히 천연자원의 부국이어서 전쟁 상황은 해당 자원의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천연가스를 비롯해 국제 에너지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은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러시아 전함과 잠수함들이 흑해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어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2000만톤 이상의 곡물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러시아는 서방진영이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도록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사실상의 볼모로 삼고 있다. 글로벌 곡물시장의 유통질서가 교란되면서 인도 및 이란 등 여타 식량수출국들도 국내 소비분을 비축하기 위해 수출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종의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에 따른 최대 피해국은 식량 수입국인 아프리카 지역국가들이다. 유엔식량기구(WFP)는 "올 연말까지 50여개 국가의 19억 명이 굶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셋째, 이번 전쟁으로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하여 글로벌 사이버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공격 대상도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독일, 영국 등에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도 사이버 반격에 적극 나서고 있고 유럽 국가들의 대응조치가 강도 있게 진행되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자유-공산 진영이 충돌하는 중이다. 그 결과, 양 진영은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에서 공히 대결하고 있다. 이러한 진영 대결로, 유엔이 주도하는 사이버 국제규범 협의 등 다자적 노력에도 구체적 진전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의 귀환'과 '힘의 정치'를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다. 유엔의 무기력한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경제안보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어 국가안보와 바로 직결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경제안보를 국정 최우선에 두고 있다.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자원빈국이므로 공급망 안전의 확보야말로 우리 경제와 국민 행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우리 경제시스템 및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전략품목의 수입선을 확보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도 없다.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