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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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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게재 2022-06-13 08:42:04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나는 투표했다/나는 첫 민들레에게 투표했다/봄이 왔다고 재잘대는 시냇물에게 투표했다/어둠 속에서 홀로 지저귀며/노래값 올리는 밤새에게 투표했다/다른 꽃들이 흙 속에 잠들어 있을 때/연약한 이마로 언 땅을 뚫고/유일하게 품은 노란색 다 풀어 꽃 피우는/얼음새꽃에게 투표했다…'

류시화 시인의 '나는 투표했다'는 시 일부다. 지난 1일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어떤 이엔 짜릿한 감동으로, 어떤 이에겐 절망보다 더 깊은 고통으로 다가왔을 터다. 선거가 뭐라고, 권력이 뭐라고 그렇게들 죽자살자 덤벼들었을까. 식욕, 성욕보다 강하다는 권력욕을 맛보지 못한 자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안갈 수도 있겠다.

여전히 이번 선거 결과에 울고 웃는 자들이 있다면 류시화 시인의 시를 더 읽어보기 바란다.

'…나는 잘린 가지에 돋는 새순의 연두색 용지에 투표했다/선택된 정의 앞에서는 투명해져 버리는/투표용지에 투표했다/'내가 틀릴 수도 있다'와 '네가 틀릴 수도 있다' 중에서/'내가 틀릴 수도 있다'에 투표했다/'나는 바다이다'라고 노래하는 물방울에게 투표했다….'

'내가 틀릴수도 있다'는 구절이 무릎을 치게 한다.

이 말은 스웨덴 출신 비욘 나티코 리데블라드가 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20대 청년시절 기업 임원에 오르며 승승장구 하던 그가 돌연 태국 수도원으로 출가해 17년간 수행생활을 했다. 책에는 그곳에서 생활하며 고뇌했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는 지난 1월 안타깝게도 루게릭병으로 사망했지만 그의 저서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주문했다. '갈등과 고뇌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세번 낭송하라"고.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말라"고.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내려놓을 자격이 있다"고.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사람들, 불안과 고뇌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도 마무리 됐다. 당선자들은 민선8기 새 임기를 설계하느라 분주하다.

승자는 전승가를 부를 테지만 패자인 민주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 해야 한다. 헌데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반성모드 보다 연일 '네탓 공방'으로 자중지란 양상이다. 잘잘못을 따져 보겠다는 심정이겠지만 유권자 눈에는 '도진개진'이다.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답이다. "네가 틀렸다"가 아니라 "내가 틀릴수도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