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걸린 대선 현수막 2000여개 처리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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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에 걸린 대선 현수막 2000여개 처리 골머리
지역 재활용 시스템 아직 미비||대부분 폐기물 처리 소각·매립||불태울때 1급 발암물질 배출도||환경단체 “‘녹색유세’ 필요하다”
  • 입력 : 2022. 03.08(화) 15:21
  • 도선인 기자

지난 4일 광주 북구 태봉로의 일터지역자활센터에서 폐현수막 재활용 자활사업 참여 주민들이 현수막을 재단하고 있다.

"선거 끝나면…. 현수막 쏟아지는 것은 그때부터죠. 근데 광주엔 재활용하는 데가 없으니…."

지난 4일 찾은 광주 북구 태봉로의 한 자활센터. 주민들은 이곳에서 온종일 폐현수막을 재단한다. 이들의 손에서 수명이 끝난 폐현수막은 앞치마, 장바구니, 대형마대 등으로 재탄생한다. 하루 작업량은 150~200장 정도인데, 한데 모았다가 한꺼번에 인근 시장 상인회, 병원, 기업 등에 배포하고 있다.

광주북구일터지역자활센터는 지난 2020년부터 폐현수막을 활용해 자활근로 사업을 시도했다. 호응이 좋아 지난해 북구가 다시 재활용된 장바구니를 장당 500원에 사들여 인근 상인들에게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폐현수막을 소각하고 매립하는데 드는 처리비용보다 예산을 아낄 수 있고 일자리 제공의 효과도 노린 것이다.

그런데 관내 재활용 자원을 활용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가 큼에도 센터는 홍보 현수막이 쏟아져 나오는 대선 기간 한숨이 깊다. 현수막을 재활용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끝은 막대한 양의 현수막이 소각·매립되는 것이다.

김금현 광주북구일터지역자활센터장은 "선거철마다 급증하는 현수막을 감당할 재활용 시스템이 지역에선 아직 미비하다"며 "폐현수막 재활용 자활근로 사업도 북구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는 것이고 광주시 현수막 재활용 업체도 1개에 불과하다. 모든 현수막을 재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얼마큼 수요가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광주 북구 태봉로의 일터지역자활센터에 재활용될 폐현수막이 수만장 쌓여있다.

실제 재활용 업체에 보내지는 폐현수막 물량은 극히 일부고 대부분 폐기물 처리 업체에 보내져 소각·매립된다.

환경단체 사이에서 선거 운동 과정상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 유세'가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67조에 의해 후보자는 해당 선거구 안에 읍·면·동 수의 2배 이내의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광주시의 경우 행정동이 97개가 있으므로 14명(사퇴 전)의 대선 후보가 관내에 내걸 수 있는 홍보 현수막은 최대 2716개에 이른다.

또 공직선거법 276조에 따라 선거 현수막은 선거일이 지나면 철거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경우 9일 자정까지 설치할수 있고 이후엔 철거해야 한다. 철거는 법에서는 설치한 자가 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통상적으로 지자체가 선거 다음날 옥외광고법을 적용해 수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선관위의 철거 명령 절차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선거 현수막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 번 쓰고 나면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선거철 거리마다 내걸리는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원단으로 잘 썩지 않는 데다가 소각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환경부 기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서 발생한 폐현수막 9220톤 중 재활용된 것은 33.5% 정도에 그쳤다. 61.3%는 소각됐다. 2020년 총선의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3.4%로 2018년 지방선거 폐현수막 재활용률인 33.5%보다 더 떨어졌다.

친환경적인 선거 문화 조성이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됐지만, 여전히 선거법상 폐현수막 처리 규정은 갈 길이 멀다. 오히려 국회는 선거 운동의 자유를 확대한다며 지난 2018년 3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친환경 역행을 택했다. 현수막 허용 매수를 선거구 안 읍·면·동 수마다 1개에서 2개 이내로 늘린 것이다. 선거에 쓰일 현수막 양은 늘었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은 없다.

지난 7일 광주 동구 동명동의 한 거리에 대선 후보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자체에서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관내 분리수거 마대, 쓰레기 봉지, 보관 포장재, 잡초 방지 매트 등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시도를 늘려나가야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해답이다"며 "선거처럼 현수막이 쏟아져 나오는 특정 시기에 규제를 강하게 해야 한다. 후보자 현수막뿐만 아니라 정당별 공약 현수막 등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공존이 당연시되면서 선거 쓰레기는 공보물 차원으로 그치지 않고 일회용 장갑까지 쌓였다. 선거 쓰레기의 총량제를 정하는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고려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