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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정희>갈등 해결하는 오작교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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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정희>갈등 해결하는 오작교가 되어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부위원장

게재 2022-01-13 12:55:50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부위원장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부위원장

수십 년 간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사자의 해결 의지가 없어서일까? 끝나지 않는 갈등은 갈등 당사자들에게 가장 큰 유·무형의 손실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서로 간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해결 의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해결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기제(機制)의 유무다.

세상에는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는 반면, 누구나 하길 주저하고 꺼리는 일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는 그 '누구나 하길 주저하는 일'을 기꺼이 도맡고자 한다. 서로 제 이익을 위한 주장만 되풀이하며 철길 같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갈등 상황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권익위의 조정은 장기간 표류하던 갈등의 해결기제가 된다.

전남 순천시 가곡동 일원은 주택 25채와 논·밭·임야 등 422필지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었다. 그런데 인구 유입이 지속되면서 기존 택지만으로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마을 주민들은 택지 부족을 해소하고 도로,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을 설치해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자 2000년 2월 '순천 가곡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을 구성하고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은 2014년 사실상 마무리되었지만 조합이 순천시에 약 39억 원의 공과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사업에 대한 준공처리가 지연되고 있었다. 사업 준공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사업 구역 내에 위치한 아파트의 사용검사 또한 미루어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입주한지 7년이 넘도록 사용검사를 받지 못해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못하고 대출도 제한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결국 2020년 4월 사업구역 내 위치한 '양우내안애아파트' 입주민 530세대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며 국민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신청했다.

순천시는 조합에서 공과금 등을 완납해야만 토지 준공검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업을 준공 처리해 줄 경우 조합에서 미납된 공과금을 영영 납부하지 않을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합은 재정난 등 여러 이유로 당장 공과금을 납부할 수 없는 실정이었고 준공검사를 처리해 줄 경우 사업비 청산을 통해 공과금을 납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아 마치 치킨게임(game of chicken)처럼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국민권익위는 순천시와 아파트 입주민,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수십 차례 현장을 찾아 조합과 시 관계자들이 함께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민권익위 중재를 통해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순천시와 아파트 입주민, 조합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조금씩 각자의 이익을 양보하고 타협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23일 국민권익위 주재로 순천시장, 가곡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한자리에 모여 조합은 순천시에 미납된 공과금 중 일부는 현금으로, 부족한 금액은 체비지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순천시장은 사업 준공검사와 아파트 사용검사를 이행하기로 했다. 십여 년 간 곪은 갈등이 드디어 해소된 것이다.

이렇듯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민원은 단순히 누가 옳은가 그른가, 법 규정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따지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상충하는 이익들을 조화시키고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 내는 '조정'과 같은 방식이 문제 해결에 매우 효과적이다.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중립적 조정자로서 행정기관과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결해 주는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