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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하버드대는 왜 1조원의 투자금을 회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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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하버드대는 왜 1조원의 투자금을 회수할까?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이사

게재 2021-10-13 12:41:24
김정태 MYSC 대표
김정태 MYSC 대표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변화의 속도'라는 흥미로운 비유를 소개한다.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집단은 기업으로 시속 100마일에 비유된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기업은 시장의 흐름을 놓치면 영속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조직보다도 가장 빠르게 반응한다. ESG라는 시대적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곳이 기업인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 변화에 민감한 조직을 앨빈 토플러는 NGO(90마일), 가족(60마일), 노동조합(30마일), 정부와 규제기관(25마일) 등의 순으로 소개한다. 그 다음으로 10마일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곳이 바로 대학교 등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대학교도 변하고 있다면 진짜 변화가 왔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진행된 하버드대, 보스턴대, 미네소타대 등 미국 유수 대학교의 선언은 크게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이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고등교육기관 중 하나인 하버드대학교가 지난 십여 년 동안 이어왔던 학교 운용자산의 화석연료 산업 투자의 적절성 논란을 마침내 끝낸 것이 시작이었다. 하버드대학교 로렌스 바카우 총장은 "학교 재학생들이 누려야 할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학교가 해야 할 투자이며, 그런 면에서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방식이다"라고 선언했다. 운용 중인 약 50조원 규모의 펀드에서 투자한 화석연료 분야 투자금 약 1조원을 투자 중단하고 회수(disinvestment)한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저명한 '에너지 경제 및 재무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는 하버드대의 이러한 움직임이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의 롤모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는 보스턴대학교와 미네소타대학교의 유사한 선언으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이렇게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중단 또는 투자 회수를 선언한 학교와 기관은 세계적으로 1,300여개가 넘고 있다. 학교가 키워내는 미래 인재에 대한 학교의 책임 인식은 이렇게 스스로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운용해야 하는 학교 투자 기금의 방향까지도 바꾸고 있다. 10마일의 속도라도 제대로 된 방향이 정해지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국내 학교법인의 책임 인식과 방향 재설정은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작년 한 유명 사립대학교 학교법인은 120억원이란 거액을 현재 사기혐의로 중단된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6개월 만기'라는 단기적 방향에 미혹된 해당 투자는 거액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교육부 지침과 사립학교법까지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의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에 따르면 학교법인 재산은 크게 기본재산과 기본재산 이외의 보통재산으로 구분된다. 기본재산은 다시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재분류되는데, 수익용 기본재산은 학교법인의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수익창출 목적으로 활용되는 재산이다.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신탁예금 등의 방식으로 법적 기준 이상의 수익률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50조원이 이렇게 운용되는 수익용 기본재산에 해당한다.

미래 인재를 키워내며,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사상과 기술을 연구하는 고등교육기관의 투자 기금 운용은 앞으로 어떠해야할까?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부동산 가격을 올리며 젠트리피케이션에 기여하는 부동산 투자, 갑질문화가 지배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관행과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완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학교가 교육하는 미래 인재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 ESG에 대한 시대적 요청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그동안 한국사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대학교 등 고등교육기관으로도 향하고 있다. 학교법인의 ESG가 주목되는 본격적인 첫 해, 2022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