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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가격표가 붙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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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가격표가 붙는 세상

사회부 양가람 기자

게재 2021-09-12 13:39:26
양가람
양가람

"어떤 친구는 용돈을 넉넉히 받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친구도 있습니다. 청소년통합복지카드는 청소년들에게 작은 숨구멍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참여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 학생의 바람이다.

지난해부터 광주 지역 5개 자치구 청소년참여위원들은 '청소년통합복지카드 활성화를 위한 TF'팀을 꾸리고 정책 마련을 위한 토론과 홍보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청소년통합복지카드는 지난해 '광주 청소년 10대 정책제안 원탁토론회'에서 1위로 선정된 제안으로, 청소년의 교육, 문화·진로체험, 건강 증진 등을 위해 통합 지원하는 청소년 복지 정책이다.

청소년 수당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일부 어른들은 "이제 나랏돈으로 청소년에게 '용돈'을 줘야 하는가"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돈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해야 하며, 국가보다는 가정 내 보살핌이 우선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반면 공부보다 당장 본인의 밥값을 벌어야만 하는 청소년도 많다. 가정의 보살핌을 받는 청소년들도 코로나 시국 속 부모의 얇아진 지갑을 걱정하며 용돈을 받는 데 눈치를 본다.

이런 상황 속 청소년들이 원하는 수당은 '나라가 주는 용돈'이 아니다. 민주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복지이자 권리이며, 미래를 꿈꾸기 위한 기초 발판이다. 즉, 청소년 수당의 정체성은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이나 다름없다.

청소년들의 꿈에는 수많은 가격표가 붙는다. 직업체험, 학업, 문화생활 등 꿈(목표)을 찾는 과정부터 돈이 들어간다.

일부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수당을 주면, 유흥에 탕진할 거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소액의 수당 지급으로 교우 관계 돈독·학업 성취도 향상 등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온 사례가 실제 존재한다. 충북 보은군 판동초등학교의 '매점화폐'가 대표적이다. 매주 2000원 어치의 교내 매점 화폐를 전교생에 지급하자, 판동초 학생들은 '친구에게 과자를 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답했다.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전국 최초 청소년 수당을 지급한 경남 고성군은 매달 5~7만원을 바우처 형식으로 나눠주고 있다. 그 결과 전입 청소년이 증가하고 경제가 활성화 되는 등 사회 전반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광주에서 청소년통합복지카드를 볼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올해 광주시 추경안에 편성된 청소년 관련 예산 약 200억은 대부분 청소년 수련 시설 등 활동기관 운영에 투입될 예정이다. 광주시는 학교밖청소년들에 제공하는 '세상배움카드', 신입생에 지급되는 입학준비금 등 선별복지책만을 치적처럼 언급하며, 청소년통합복지카드 제정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참여기구 연합들이 모인 토론회에도 예산 담당자나 정책 입안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소년들의 외침이 공허해질까 염려되는 이유다. 언제쯤이면 청소년들이 가격표를 먼저 들여다보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