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한일관계 비밀 품은 열쇠, 30년만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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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1500년 전 한일관계 비밀 품은 열쇠, 30년만에 공개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개최||오는 10월24일까지… 발굴조사 30주년 기념
  • 입력 : 2021. 07.21(수) 16:45
  • 박상지 기자

국립광주박물관이 30년간 진행한 함평군 예덕리 신덕고분에 대한 조사결과가 전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1980~1990년대 전남북 해안 일대에 늘어선 14기가량의 고분들은 최근까지도 학계의 관심거리였다. 논란의 중심은 고분의 모양이었다. 앞쪽은 네모진 방형, 뒤쪽은 둥그런 원형의 모양이 일본 야마토정권의 상징이었던 '전방후원분'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고분들을 두고 일본 우파세력은 4~6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당시까지 한반도에는 '전방후원분'을 닮은 무덤이 조사된 적이 없어 그 정체가 의문으로 남아있었던 차, 1991년 국립광주박물관이 도굴된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에 대한 긴급조사를 실시했다. 발굴조사가 30년간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덕고분에 대한 국립광주박물관의 종합보고서는 정식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 한일 학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고,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논란도 가열됐다.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는 국립광주박물관의 신덕고분에 대한 연구결과가 30년만에 발표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10월24일까지 특별전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 – 비밀의 공간, 숨겨진 열쇠'를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중이다. 신덕고분 발굴조사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신덕고분 출토 유물을 한데 모아 공개하고,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했던 성과를 바탕으로 고분의 특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다.

박물관에 따르면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은 2기의 삼국시대 무덤으로 구성된다. 1호 무덤은 위에서 볼때 열쇠구멍 모양, 옆에서 볼때 장구모양인 6세기 전반의 장고분이고, 2호 무덤은 7세기 전반의 원형 무덤이다. 1호 무덤과 같은 장고분은 호남지역에만 총 14기가 있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삼국시대 무덤과는 다른 모양과 성격을 보인다. 오히려 그 모양이 일본 고훈시대(古墳時代)의 주요 무덤인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과 비슷해 주목을 받았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조사과정에서 장고분의 매장시설이 돌방(石室)임을 최초로 밝혔고, 내부에서 화려한 장신구를 포함한 다량의 유물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출토된 유물들은 일본 뿐 아니라 백제, 가야 등 타 국가에서 건너온 것들이 대부분으로, 일본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노형신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 호남지역은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성격으로 타 국가의 문물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분석결과 장고분은 일본 야마토정권의 상징물이었던 '전방후원분'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에 대한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각각의 주제는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의 발견부터 조사, 결과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반영함과 동시에 자료들이 의미하는 바를 충실하게 담았다.

1부 '너른 들판 위, 독특한 무덤'은 처음 발견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무덤에 대한 의문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항공촬영 영상을 이용해 무덤의 독특한 형태를 강조하고, 이와 함께 공간적 위치를 다룬다.

2부 '뜻밖의 발견, 드러난 실체'는 무덤을 조사하게 된 특별한 계기를 소개하고 당시 조사 과정을 조명한다. 도굴 사건을 다룬 언론의 반응과 조사 당시 사진 자료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3부 '죽음과 삶, 기억의 공간'에서는 먼저 떠나간 이를 기억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1호 무덤의 안팎에서는 죽은 이를 묻는 과정에서 치른 의례 행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이를 전시로 형상화해 실감나게 소개한다.

4부 '무덤 속 비밀의 실마리'는 1호 무덤 돌방에서 발견한 껴묻거리 800여 점을 통해 무덤 주인의 삶을 조명한다. 유물을 용도에 따라 장신구, 무기, 생활 도구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의미를 살펴본다.

5부 '반듯한 돌방 속 시대의 반영'에서는 2호 무덤 돌방의 구조에 담긴 백제의 지방 지배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신덕고분을 조사하는 데 사용한 과학적 분석 방법과 그 결과물도 소개한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시와 관련된 키워드들을 이용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현재를 살아가는 관람객들이 '죽은 이를 위한 공간'인 무덤과 그곳에 담긴 '삶의 이야기'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직접 표현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립광주박물관이 30년간 진행한 함평군 예덕리 신덕고분에 대한 조사결과가 전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국립광주박물관이 30년간 진행한 함평군 예덕리 신덕고분에 대한 조사결과가 전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