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0>여성의 미(美)적 기준을 벗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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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0>여성의 미(美)적 기준을 벗은 예술
  • 입력 : 2021. 07.04(일) 17:11
  • 편집에디터

고전의 라스코(Lascaux) 동굴벽화, 홀레 펠스의 비너스(Venus of Hohle Fels)나 빌렌 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 조각상들은 인간의 몸을 예술로 표현한 오랜 역사와 미적 형상들이다. 그리스 시대 이후 확립된 서구적 인본주의 세계관은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갖게 했고 나아가 시대적 문화․예술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에 몸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답고 완벽한, 이상적인 인간상의 미적 기준 정해 재현하는 전통성이 생성되어졌다.

본래 인간의 불완전성을 부정하고 정상 ․ 비정상을 구분 지으며 타자를 배제하려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자신만의 위하여 생각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감정들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들을 파괴하고 말았다. 인간은 머리의 생각과 신체(몸)의 본능적 욕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서, 우리가 지닌 동물적인 몸 역시, 부끄러운 육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받아 마땅하였다. 미국의 여성 학자이자 정치철학자 '마사 너스바움(Martha C. Nussbaum, b.1947~)'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정치적 동물'에서 인간 또한 동물적 '욕구'를 품고 유한한 몸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결국 우리 모두는 너무나 불완전하고 미약한 존재이며, 바로 사회적 공동체 속에서 우리 스스로가 타자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사회는 '일반적인 것'을 '정상(normal)'적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의 변혁과 진보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unordinary)' 의식과 방식으로 투쟁해 나아갈 때 두드러졌다.

기존 사회적 여성의 이상적인 미(美)적 아름다움을 강조했었다면 YBA(Young British Artist·영국의 젊은 작가들) 그룹의 작가, 제니 사빌(Jenny Saville, b.1970~, 영국) 은 사회에서 미적 기준에 어긋나버린 혐오하는 몸인 거대한 (여성의) 몸을 대형 누드화에 구현하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인물화의 대부분은 "왜? 늘 바비인형같은 젊은 여성이어야 하는가? " 에 반기를 드는 작품이었다. 사빌은 특히 나이 든 여성의 몸, 임신한 만삭의 여성, 아이들과 육아를 하는 여성, 거대한 살이 둘러싼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그리며 보여주었고 시대나 사회가 규정한 당시 여성적 미(美)의 기준에 반기를 들었다.

거대한 캔버스를 가득 채운 육중한 제니 사빌(Jenny Saville)의 여성상들은(자신의 자화상 포함) 오늘날 추앙받는 여성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미(美)적 고정관념 속에 빠진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왜 굳이 피하고 싶은 '추함'을 표현해내는가? 이런 '추함'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만 여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까? 이런 작품을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니 사빌(Jenny Saville)_브랜디드(Branded):스물두살의 자화상_캔버스에믹스트미디어,유채_1992년.

제니 사빌(Jenny Saville)_계획(Plan)_캔버스에 유채_1993~94년.

제니 사빌(Jenny Saville)_흔적(Trace)_캔버스에 유채_1993~94년.

제니 사빌은 자신 스스로 조차도 내려다보기 힘들어하는 비만 여성의 몸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그는 자신의 자화상을 비롯한 여성 누드만을 고집한 화가인데, 고전주의적인 누드 초상화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전통적인 누드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초고도 비만에 가까운 모습을 한 여성의 몸, 신체들을 등장시킨 것이다. 거대한 캔버스에 거대한 살덩이의 여성 누드를 가득 채워놓고 과장되게 묘사하고 서양의 누드화 역사상 유례없는 비만 여성, 임신 한 여성들을 그린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적 전통에서 벗어났다.

소니아 쿠라나(Sonia Khurana)_새(Bird)_퍼포먼스 비디오, 흑백, 무음, 2분_1999년.

인도 델리 출생의 작가, 소니아 쿠라나(Sonia Khurana, b.1968~) 역시 자신의 신체를 표현의 도구로 삼는 퍼포먼스를 수행하고 이를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는 작품들로 알려져 있다. 1999년 작품 <새(Bird)>에서 누드의 쿠라나는 좌대 위에 서서 비행을 시도하지만 계속 바닥으로 추락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발표했다. 작가의 벗은 신체(몸) 은 사회가 갖는 미의 기준에 도전장을 내미는 행위와도 같았다. 비디오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는 이처럼 긴밀한 관계성을 띄고 작용하였다. 이 시대적 상황에서 많은 여성 작가의 퍼포먼스 작업들이 등장했다.(당시만 해도 미술계, 여성 작가는 '공예(handicraft)'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이 관념과 달리, 소니아 쿠라나(Sonia Khurana)는 <새(Bird)> 라는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큰 문화충격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2분이라는 짧은 영상 속에 담아냈고, 신체의 극복에 관련한 작업을 통해 여성이 옷을 벗는다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사회적 인식을 깬다.

이처럼 소니아 쿠라나(Sonia Khurana)와 제니 사빌(Jenny Saville)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그동안 미디어나 대중매체에 보여 졌던 젊음, 신체적 아름다움 그리고 여성의 과장 된 미적 가치와 사회적 편견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예술적 시각으로 여성적 미(美)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되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美)의 기준은 무엇인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