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 (32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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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 (324/1000)
  • 입력 : 2021. 06.10(목) 15:21
  • 최황지 기자

광주사람들 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씨.

"리을피읖은 한글 받침자인데 받침을 쓰는 단어는 유일하게 시를 읊다가 있어요. 읊다, 읊조리다란 단어가 없으면 받침이 없는 거죠. 하나를 위한 하나. 책방을 시작하며 한달에 한 출판사만 큐레이션했어요. 다른책은 다 감춰두고 그 출판사의 책들로 진열했죠. 책방이 한 출판사를 위한 팝업스토어였던 거죠.

길거리에서 주워오는 걸 좋아해요. 쓰레기를 감별하는 사람이라고 자칭 쓰믈리에라고 이름 붙였죠. 요즘 것, 흔한 것은 관심이 없고 오래된 것, 20~30년 된 것.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것들을 좋아해요. 돈이 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단순한 물건 이상의 것이죠. 자세히 들여보면 생활상을 볼 수 있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보이기도 하죠.

처음 물건을 가지고 오면 무조건 막 닦아버리고 그런게 아니라 당분간 놔둬요. 그것을 해감이라고 스스로 부르죠. 조개 채취하면 뻘, 모래를 빼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두는 것을 해감이라고 하잖아요. 오래된 물건을 갖고 오면 먼지 흙이 묻은 채로 자연스럽게 둬요. 이 공간과 어울리게끔. 그러다 보면 쟤가 저기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저기에 놓고. 닦아서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하기도 하고 그래요. 재개발 지역, 없어질 동네에 사진을 많이 찍으러가니까 버려진 물건들이 눈에 띄어요. 버려진 것을 보면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인데 안타깝죠.

다큐 사진 전공을 했어요. 오래된 동네 사람들을 찍고 기록했는데 그러다보니 지역, 골목, 동네가 주된 관심사가 됐죠. 한적한 이 동네도 사진 찍으로 많이 왔던 곳이에요. 광주가 도심 재개발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잖아요. 저는 사라지는 동네들을 깊이 기록하고 싶어요. 살았던 분들 이야기를 채집하고 싶죠. 아파트가 생기면 이전 동네는 기억에서 잊히게 되니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17년 전 이 동네 사진을 찍다가 담벼락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있는 사진을 우연히 찍은 적 있어요. 두 분이 소녀처럼 수줍어하면서 찍은 사진이었죠. 그러다 4~5년 전쯤 저기 앞에 차가 세워진 곳에 의자가 있었거든요. 거기에 항상 혼자 앉아계신 할아버지를 찍었어요. 그 할어버지가 이 집 주인 할아버지였죠.

재작년에 골목에서 사진 전시를 한 번 했었는데 17년전 사진 속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할머니였죠. 현재 자녀분들은 살아계시고, 그때 찍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다 드렸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네에 정이 쌓였죠. 문도 열어두고 일 보러가요. 그래도 손도 안타죠."

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씨의 책방 내부의 모습.

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씨의 책방 내부의 모습.

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씨의 책방 내부의 모습.

윤재경(리을피읖책방주인·사진작가·디자이너·쓰믈리에)씨의 책방 내부의 모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