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쥐 아니야… 살인 살균제에 동물실험결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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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람은 쥐 아니야… 살인 살균제에 동물실험결과라니"
지역 피해규모 발표 기자회견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반발 ||지난 1월 1심 무죄 판결 분노 ||동물실험 결과 주요증거 채택 ||18일 해당 사건 항소 2심 시작
  • 입력 : 2021. 05.12(수) 18:08
  • 도선인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태종 씨와 김승환 씨(왼쪽부터)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가대 활동까지 했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원인불명으로 폐가 아예 망가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신문에 한 줄로 소개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소식을 접했습니다. 내가 아내에게 사줬던 건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

지난 1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에 1심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시민사회의 반발이 계속된 가운데, 피해자 유가족 김태종씨과 피해자 김승환 씨가 12일 광주를 방문했다.

이날 환경보건시민단체 및 환경단체들은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에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제쳐두고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진상규명은 끝났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에게 집단살인 무기를 판매한 사건에 대해 재발방지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이상 우리 모두 처참한 환경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같은 날 광주환경연합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은 "폐가 망가진 7441여 명의 몸이 여기 있는데, 법원은 동물실험을 바탕으로 한 조사를 증거로 채택했다"며 1심 무죄 판결에 반발했다.

김태종 씨는 지난 2007년 10월 이마트 공항점에서 기획상품으로 990원에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했다. 성가대 활동을 하는 아내 때문에 집에는 항상 가습기가 틀어져 있었다.

김 씨는 "살균제를 물과 섞어 가습기를 사용했는데, 좋은 것인 줄만 알고 아내가 잠들어 있을 때, 나는 아내 얼굴에 분사되도록 방향설정을 하곤 했다"며 "이듬해부터 아내는 점점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내가 산 살균제 때문인지도 모르고 아내한테 짜증만 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아내보고 폐가 너무 망가져 있는 상태라고 했다. 원인은 불명. 그렇게 아내는 13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해 눈을 감았다. 중환자실에만 16번 입원했고 목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았다. 아내는 중환자실에서 사람이 죽어 나갈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김 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성량이 좋았던 아내가 갑자기 폐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2011년 신문에 짤막하게 보도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산모사망 사건' 기사를 보고 그제야 원인을 알았다.

피해자 김승환 씨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호산구성 폐렴을 진단받았다. 처음에는 기침과 오한이 계속됐는데 단순 감기인 줄만 알았다.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72㎏이였던 몸무게는 59㎏까지 빠졌다. 호흡이 어려워 볼일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김 씨는 "가습기살균제는 좋은 약품이라고만 생각해 기준치보다 많이 사용했다. 2013년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보도를 접하기 전까지 원인을 가늠조차 못 했다"며 "몸 상태가 많이 안좋아져 결국 폐 이식까지 받았다. 구제급여도 처음에는 거절됐다가 관련법이 생기면서 간질성 폐질환, 폐렴으로 구제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1심 무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안전하면 재판부, 환경부 관계자들이 어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봐라. 사람은 쥐가 아니다. 동물실험 결과를 주요증거로 채택해서는 안된다"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진상규명을 기대했지만, 사회적참사특조위의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조사권을 불허하는 등 소극적이 태도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월 15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이 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광역단체를 돌며 전국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오는 18일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항소심으로 2심이 시작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