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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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그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5‧18 41주년 특집 ‘80년 오월 그 후’-(Ⅰ) 강‧녹‧선이라고 부르던 지옥 ②의문사한 청춘들||자살로 위장된 이윤성 등 의문사 9명||민주화운동 사망자로 인정받지 못해||2006년 국방부 진상조사 진행했지만||“제한적인 진상규명, 권고조치 수준”
  • 입력 : 2021. 04.14(수) 16:49
  • 도선인 기자

전두환 정권 당시 군의문사한 왼쪽부터 김두황(고려대 80학번), 최온순(동국대 81학번), 김용권(서울대 83학번), 이진래(서울대 77학번), 최우혁(서울대 84학번), 한희철(서울대 79학번), 이윤성(성균관대 81학번), 정성희(연세대 81학번), 한영현(한양대 81학번).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제공

김두황(고려대 80학번), 김용권(서울대 83학번), 이윤성(성균관대 81학번), 이진래(서울대 77학번), 정성희(연세대 81학번), 최온순(동국대 81학번), 최우혁(서울대 84학번), 한영현(한양대 81학번), 한희철(서울대 79학번).

이들은 전두환 정권 당시 '붉게 물든 학생을 푸르게 순화한다'는 의미인 녹화사업 과정에서 자행됐던 고문과 협박, 프락치활동 강요로 의문사한 이들이다. 전두환 정권은 이들의 죽음 이후 관련 부검 자료를 은폐하고 간첩 활동을 하다 변을 당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전두환 정권은 대학가 중심으로 퍼진 운동권 세력들을 군에 강제징집하면서 진압하려 했다.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 당시 정상적인 입대절차를 무시당한 채 하루아침에 군대로 끌려간 강제징집 피해자 1152명으로 파악된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강녹선)는 강제징집 이후 녹화사업 과정에서 자행된 고문과 폭력으로 의문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녹화사업 피해자는 공식적인 기록으로 1192명에 이르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된 종료 시기 이후에도 '선도공작'이라는 이름으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같은 형태의 공작이 다시 되풀이된 것으로 파악되며 정확한 규모나 실태는 아직 조사된 바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2기 조사에는 전두환 정권이 주도한 강제징집·녹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군의문사 9건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유가족들에게는 제대로 된 진상과 책임자를 규명하고 사과를 받아낼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강녹선 진실규명추진위원회와 의문사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고인에 대한 보안사 존안자료 파악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물론 강녹선 사건의 규모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존안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조사활동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사과정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돼야 하고 현장조사 등에 유가족·피해당사자 등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말했다.

실제 고 최우혁 군의 형 최종순(64) 씨는 "동생은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군 생활 과정에서 폭력에 시달리면서 22살 어린 나이에 그렇게 됐다"며 "어머니는 평생 자책하다 가시고 아버지는 몇 년 전까지 아들의 죽음을 밝히겠다고 유가족 협의회에서 활동했지만 결국 한을 풀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고 이윤성 군의 처남 박정관(66) 씨도 "처남은 제대 일주일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군대에서 그랬다. 부검 시체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화장한 상태로 돌려줬다"며 "시대가 엄해 이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 아닌 협박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녹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사 피해자 유가족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당시 책임자들을 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에서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이뤄진 고소‧고발이었기에 실제적인 처벌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녹화·선도공작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가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반인륜 국가폭력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살인 주범인 전두환, 최경조, 서의남 등에 대한 형사고소·고발 및 보안사 존안파일 정보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영선 변호사(국가인권위 전 사무총장)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가 이뤄졌지만, 강제징집, 녹화사업, 선도공작, 특히 프락치활동 강요 등의 사례는 개인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사건의 실체에 대해 다시 한번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여러 기관에서 군의문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피해자 인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진화위 2기에서 강녹선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고 특별법 제정, 배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두환 정권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생운동이 확산하자, 관련 학생들을 탄압하고 격리하기 위해 '강제징집'을 시작했다.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징집된 학생운동권 출신과 민간인 대상의 강제적인 정신교육이 진행됐고, 이들을 '활용'해 학생운동권 동향 및 인맥, 시위 계획을 파악했다. 피해자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프락치로 활용 당했다는 죄책감, 모멸감 등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