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28-2> 한 대학이 사라지자 지역과 동네가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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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28-2> 한 대학이 사라지자 지역과 동네가 죽어갔다
폐교 10년 성화대 가보니||기숙사는 매각, 부지는 방치||관리 안된 탓에 흉물로 전락||유동인구 줄자 상권 무너져||지역민도 떠나 썰렁 그자체||주민 “대책 마련 필요” 강조
  • 입력 : 2021. 04.04(일) 18:01
  • 최원우 기자

폐교 10년째를 맞은 성화대학이 여전히 이렇다 할 소식 없이 방치돼 지역 내 흉물로 자리잡고 있다.

강진에 있던 성화대학이 폐교를 맞은지 10년째.

대학교 외벽은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자라난 수풀에 둘러싸이면서 지역민들조차 외면하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학 위기가 아닌 부정부패로 인해 폐교됐지만, 지역민들의 피해는 상당했다. 주변 상권이 무너졌고 흉측한 주변 환경 탓에 사람들이 떠나 버린 것이다.

그저 하나의 대학이 사라졌을 뿐인데 지역 자체가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어떻게 좀 하지 않으면 모두 떠날 판"이라며 지자체나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10년째 흉물 그 자체

지난 3일 찾은 강진군 성화대 캠퍼스. 교문에는 '성화대학'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붙어있었다.

교문을 지나치자 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해당 건물은 지난 2019년도 (주)용경개발이 매입해 임대아파트로 리모델링된 이후 일반 입주자 외에도 강진산단 및 철도공사 근로자, 도암면 골프장 직원 등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교정 안에 들어서자 정적과 을씨년스러움이 곳곳에서 풍겨 나왔다.

교문부터 본관 건물로 이어지는 인도는 수풀이 성인 허리 높이까지 자라난 채로 방치되고 있었는데, 이날 내린 비 때문이지 쓸쓸한 분위기가 연출돼 폐교됐음을 더욱 실감케 했다.

본관인 성화관은 외벽이 무너진 채 출입구가 봉쇄돼 있었고, 일부 건물의 출입문은 잠금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누군가 드나든 흔적도 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항공 관련 학과의 실습을 위해 들여놓은 비행기가 빛바랜 채로 방치돼 풀에 묻혀가고 있었다.

●대학이 사라지자 사람들도 사라졌다

성화대학은 1996년도에 개교돼 16년 만인 지난 2012년 2월 29일 문을 닫았다. 이후 청산절차에 따라 268억 원에 공매가 시작됐지만 11차례 유찰이 거듭됐고, 해당 부지는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부지 매입 등 재개발 소식은 종종 있었다.

폐교 8년만인 지난 2019년 주)용경개발이 기숙사 건물 2동을 8억여 원에 사들여 임대아파트로 탈바꿈시키자, 지역 주민들은 이곳이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고 한다.

또 한 사업가가 성화대를 인수해 '사이버 대학'으로 탈바꿈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재개발 붐도 불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역풍을 맞았다.

인근 상가나 토지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거나 거래가격을 몇 배로 올리자 부지 인수 등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성화대는 폐교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타 다른 활용 방안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지역의 한 대학이 사라지자 결과는 처참했다.

학교가 폐교되면서 유동인구가 줄자 인근 상가들은 자연스럽게 고사 위기에 처했다. 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이곳은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버티다 못한 지역민들마저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대학 주변을 둘러본 결과 인근 가게들은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듯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일부 영업 중인 가게들마저 문만 열려있을 뿐,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리에서도 일부 주민들만이 가끔 모습을 보일 뿐 썰렁함 그 자체였다.

지역 주민들은 "성화대가 폐교 이후 10년째 방치된 것처럼 지역과 동내마저 점차 죽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배(61) 씨는 "폐교 이후 이곳은 사람의 흔적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 이곳에 머물던 지역민들도 떠나가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성화대처럼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이곳이 이렇게 됐나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김충현(73) 씨도 "대학이 문을 닫자 가장 변화된 점은 상권이 죽었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으니 가게들도 자연스럽게 문을 닫았고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라며 "관련 기관이나 자치단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교된지 10년이 지났지만, 대학 교문에는 여전히 '성화대학'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성화대학교가 문을 닫으며 지역이 위기 상황에 노였다. 이를 표현하듯 대학교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폐교 10년째를 맞은 성화대학이 여전히 이렇다 할 소식 없이 방치돼 지역 내 흉물로 자리잡고 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