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까치, M자형 포획틀로 일망타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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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골칫거리' 까치, M자형 포획틀로 일망타진 나선다
지역 정전 원인 56% 까치집 철사·쇳조각 등으로 집 지어 수확철 농작물 피해도 증가||이동식 M자형 포획틀 성과 한전 강진지사 첫 도입 결실 여수· 화순 등서 28대 운영||도심지 까치 포획방안 시급
  • 입력 : 2021. 03.22(월) 11:36
  • 조진용 기자

까치가 사과를 쪼아 먹어 구멍이 나있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 강진지사가 이동식M자형 포획틀을 이용해 지난해 까치 55마리, 오래 54마리를 포획했다. 한국전력공사 강진지사 제공

까치가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쫓기 위해 포획틀에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까치 때문에 골치다.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정전피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전 발생 원인 56%가 까치집 때문으로 조사됐다. 지난한 해 광주·전남에서 전봇대 위 까치집 제거만 8만 9000여건에 달할 만큼 골칫거리다.

한때 친근한 이미지였던 까치는 이제는 유해조류로 지정돼 수렵이 가능하다. 하지만 총기 사용으로 인한 안전사고, 전선 피해, 소음 등의 이유로 수렵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엔 이동식 M자형 포획틀이 도입돼 농촌지역에서 일부 포획효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도심이다. 인적이 드문 농촌과 달리 도심에선 총기 사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도심에서도 지능이 높은 까치 포획을 위해 이동식 M자형 포획틀 사용 등 다양한 대책이 시급하다.

●광주전남 정전 56% 까치 때문

광주·전남 정전피해 원인 중 56%가 까치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 지역 9건의 정전 발생 중 5건이 까치 산란기인 2월~4월 집중 발생됐다. 정전을 일으키는 조류는 까치뿐이다. 까치는 천적인 뱀을 피하기 위해 높은 곳을 선호하는 습성이 있어 전봇대 위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둥지 재료는 철사, 쇠젓가락과 나뭇가지가 사용된다. 금속류와 나뭇가지가 뒤섞인 까치집이 전선 충전부와 전선을 지지하는 지지금구 사이에 닿을 경우 순간 통전이 돼 정전이 발생한다. 정전은 짧은 순간에도 공장 가동 중단, 국가 중요시설 멈춤 등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

까치로 인해 정전피해 뿐아니라 농작물 피해도 빈번하다. 2017~2019년 22개 시·군의 까치로 인한 농작물피해가 2억1598만1000원, 그것도 수확철인 9~10월 집중 발생했다. 피해금액을 연도별로 보면 2017년 9845만원, 2018년 8720만1000원, 2019년 3032만원이다. 2019년 가장 많은 농작물 피해 지역은 순천시(850만원), 무안군(521만원) 순이다.

까치는 3년 동안(2017~2019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동물 순위에 2017년과 2019년 멧돼지, 고라니와 함께 두 차례 1~3위권 유해동물로 포함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전남도는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한 시·군별 수확기피해방지단을 운영해 경음기와 방충망 등을 설치하고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보상기준에 의거 피해에 따라 1㏊당 10만원~500만원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에 까치 유해조류로 지정

정전과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2005년 2월 야생동물·식물보호법 시행규칙이 제정됨에 따라 유해조류로 지정돼 수렵이 허가됐다.

한전은 2000년부터 한국수렵협회에 전문 엽사를 추천받아 까치를 포획해 오면 마리당 6000원의 포상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총기류를 사용하다 보니 소음발생과 오발로 인한 전깃줄이 끊길 가능성이 있어 포상금 지급도 중단했다.

2010년엔 M자형 까치 포획틀이 도입 됐으나 부피가 크고 관리가 어려워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까치는 위협을 가하는 사람을 기억해 피할 정도로 영리해 포획이 쉽지않은 실정이다.

도심에서는 포획은 커녕 까치집 철거만 이뤄질 뿐 포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전봇대 위에 있는 까치집 총 8만9252개, 올해 3월까지 2만6386개가 철거됐다.

●강진 첫 이동식 M자형 포획틀 도입 효과커

도심과 달리 농촌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한전 강진지사가 M자형 포획틀을 첫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2대의 M자형 포획틀로 지난해 까치 55마리, 지난 3월 기준 54마리를 포획했다. M자형 포획틀로 까치를 포획하는 원리는 포획틀에 타 지역 까치를 2마리 이상 넣어두면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간주하고 포획틀 안에 있는 까치를 쫓아내기 위해 까치가 들어가게 되면서 갇히게 되는 방식이다.

강진지사가 사용하는 M자형 포획틀은 작업차량 뒤에 적재돼 이동이 용이해 농촌과 도심 어디에서나 활용이 가능하다.

포획 성과도 크다. 현재 한전 이동식 M자형 포획틀 1대당 평균 50마리 까치를 포획할 수 있다는 게 한전측의 설명이다.

강진지사 외 일부지사(여수 10대·화순 5대·완도 2대·고흥 2대·곡성 3대·구례 5대·영광 1대)에서도 이동식 M자형 포획틀 설치가 이뤄지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농촌내 이동식 M자형 포획틀 성과를 바탕으로 도심권으로 포획틀 사용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조수보호협회 이두표(호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회장은 "까치는 4~5세 아이 지능 수준으로 영리해 번식력도 강하고 천적이 없어 까치집만 없애서는 효과가 없다. 전봇대 지중화를 해도 되지만 많은 예산이 든다. 이동식M자형 포획틀은 안전 위험성이 없고 이동 효율성도 있어 도심지역에 확대 도입을 시도해봐야 한다"며 "전남의 경우 까치에 대해 길조로 인식하고 이동식M자형 포획틀 운영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어 의식변화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까치 퇴치 연구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자연환경보존협회 조삼래(공주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회장은 "제주도의 경우 농업기술원에서 농약 잔류성이 없는 기피 약제, 소음 공해가 없는 고음압·초음파 퇴치기, 맹금류 모형 자재류, 코팅제, 빛 반사 등 10종에 대한 현장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남지역도 지역 환경에 알맞은 퇴치 신기술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