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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 수첩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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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 수첩 연재를 마치며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게재 2021-03-21 14:36:31
언택트전 전시전경.
언택트전 전시전경.

<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연재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다. 2019년 2월부터 4주마다 한 편의 글을 써 왔다. 쓴 횟수를 헤아려보니 이번 글까지 총 27회에 달한다. 그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개최된 대형 전시들, 그리고 우리 지역 사립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개최된 전시들 중, 동시대미술의 관점에서 이슈가 될 만한 전시를 선별하여 그 전시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조명해왔다. 동시대미술은 난해한 미술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상식적인 미술이다. 그런데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미술 전문가들도 동시대미술에 대해 어렵다고 오해하고 있어서 이점을 불식시키면 광주 미술 발전에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글을 써왔다. 마지막 글에서는 이 연재를 성원해주신 독자들을 위해 동시대미술의 특성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오늘날 제작되는 미술은 현대미술(modern art)라고 하지 않고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라고 한다. 이는 오늘날 작품 제작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제작 태도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미술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의미다. 미국을 대표하는 미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아서 단토는 이를 '예술의 종말'(The End of Art)로 설명한다. 미술 제작이 멈췄다는 뜻이 아니라 '순수예술'(fine art)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제작된 미술이 끝났다는 뜻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즉 동시대미술 패러다임의 미술 시대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미술실천, 즉 미술 제작 태도, 미술 전시, 미술비평, 미술교육, 미술관 제도 등도 모두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변화를 이해 못해서 관람객들은 관람객대로 전시가 어렵고 재미가 없다고 불평하고, 전시기획자는 기획자대로 좋은 전시를 했는데 관람객이 수준이 낮아서 관람객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20세기 후반까지 이미지 제작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있었다. 정치적 혹은 종교적 목적 등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이미지들과는 다르게 그 자체로 미적 가치가 있는 이미지들이 따로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들로 시작하여 루벤스, 렘브란트 등 거장의 작품을 거쳐서 20세기 다양한 사조의 현대미술까지 이 작품들은 특정한 실용적 목적을 충족해서가 아니라 그 이미지 자체가 순수하게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18세기에 이 믿음에 따라 '예술'(fine art)라는 용어도 만들어지고, 그 가치의 기원을 찾는 학문인 '미학'이 탄생했다. 더 나아가 그 원리를 가르치는 미술 아카데미도 설립되고, 그 엑기스 작품들을 모아둘 미술관도 유럽 각 도시에 세워지면서 서구에서는 순수예술 패러다임이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 있던 서구 작가들은 한결같이 실용적인 이미지가 아닌, 그 자체로 미적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했고, 이것을 자신의 작품에 구현해 놓으려고 했다.

이 패러다임은 타인의 이미지 차용이 자유로워진 60년대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작품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다. 80년대 순수예술에 대한 비판 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이 유행하면서 이 패러다임의 종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에서 제작된 미술을 '동시대미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의 영문 명칭이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에서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and Contemporary Art'로 바뀐 것도 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대미술 패러다임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위계가 없다는 점이다. 이제 순수한 미적 가치를 창조하는 일은 동시대미술의 주된 임무가 아니다. 팝아트 이래 이미지 차용이 자유롭게 되었고, 그 이미지는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순수미술'이 응용미술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순수미술'은 작품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작가가 의도한 바대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매체에 구현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동시대미술은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그 핵심이라는 뜻에서 미술 콘텐츠라고 말 할 수 있다.

동시대미술 시대에는 미술작품의 성격이 변했을 뿐만 아니라 미술 실천도 이전 패러다임과는 다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미술 전시와 미술비평의 영역에서는 동시대미술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변화를 수용하여 전시와 비평이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 등의 전시에서 보듯이 순수한 미적 가치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특정 주제가 작가에 따라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미술비평 영역에서도 눈에 즉각적으로 만족을 주는 요소를 찾아서 설명하는 비평이 아니라 해당 작품이 무엇을 목표로 했고, 이것이 적절하게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떤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비평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미술교육과 미술관 제도는 여전히 순수예술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 유튜버가 구독자 수를 늘이기 위해 어떤 내용을 어떻게 소통할지 연구하는 것처럼, 미술교육도 자신만의 스타일 창조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가 있으면서도 효과적인 이미지 소통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미적인 표현방식에 대한 교육을 넘어서서 어떤 주제로 관람객들과 소통할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그 안에는 당연히 심도 있는 인문학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미술관은 순수예술 패러다임 시대처럼 진리의 은유로서 미를 보관하는 신성한 전당도 아니고 순수한 미적 가치를 교육하는 미적 체험 공간도 아니다. 동시대 미술관은 이미지 작업을 통해 세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위안을 주는 '소통과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요구된다. 만약 좋은 전시를 기획했는데 관람객들이 그 취지를 못해서 관람객 수가 적다고 투덜거리는 전시기획자가 있다면, 그는 여전히 순수예술 패러다임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칼럼에서 필자는 순수예술 패러다임이 종말을 고하고 미술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을 여러 전시 리뷰를 하면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이 칼럼이 미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 시대로 이끄는 데 기여했기를 바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어떤 동시대 미술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관람객이 미적 감수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작품의 주제나 표현방식이 낯설어서 그렇다는 것을 우리 시민들이 이해했으면 한다.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동시대미술 전시에 대해 좀 더 자신 있게 자신의 호불호를 표명할 수 있고, 우리 전시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 연재에 관심을 가져준 전남일보 독자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오늘도 변함없이 미술사적 의미나 우리 삶과 관련된 여러 이슈를 다룬 전시가 진행 중이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광주를 대표하는 수채화가 배동신과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양수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들이 남긴 미술사적 유산을 조명하는 전시인 <배동신·양수아_100년의 유산>전(20.12.23. – 21.4.8.)이 열리고 있다. 무안군오승우미술관에서는 남도구상화단을 이끈 오지호와 오승우 부자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인 <오지호와 우승우 그리고 남도구상화단의 맥>전(21.3.5 – 21.5.11)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1980년 이후 태어난 아시아 7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코로나 이후 시대의 화두를 제시한 전시인 전(20.10.15 – 21. 3.14)이 열렸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언택트전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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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신 양수아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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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오승우전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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