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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괭생이모자반 폭탄에 김농사 다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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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유례없는 괭생이모자반 폭탄에 김농사 다 망쳐"

신안 자은도 김양식장 인근 가보니
4800여 톤 중 3000톤 수거 그쳐
올해 들어 중국발 추정 유입 지속
어민들 자포자기…양식장 방치
재해 인정 안돼 보상·지원 태부족

게재 2021-02-22 18:23:30
신안군 자은면 욕지리의 한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신안군 자은면 욕지리의 한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중국발로 추정되는 괭생이모자반이 전남 해역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양식어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괭생이모자반 폭탄 못지않게 지원이나 보상 등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도 어민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들고 있다.

●괭생이모자반 폭탄에 어민들 울상

22일 찾은 신안군 자은면의 한 김 양식장.

지난해 가을부터 부지런히 종자를 키워내 채취 작업 막바지에 한창인 2월 말에도 불구하고 양식장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양식줄에서 해초를 연신 떼는 어민들의 얼굴에서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줄에서 힘겹게 떼서 마대자루에 담는 해초 역시 김이 아니었다.

길게는 2~3m 길이까지 늘어져 양식줄을 칭칭 감고 있는 것의 정체는 바로 '괭생이모자반'. 지난 2015년부터 전남과 제주 등 해역에 출몰하기 시작해 김을 비롯한 해조류 양식어가들의 숨통을 조이는 장본인이다.

자은도 욕지리에서 어촌계장을 맡으며 김 양식장을 운영하는 황성호씨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예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쏟아지는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해 양식장 150㏊ 면적의 양식줄 1600개 중 8~900개를 아예 포기했다.

대부분 고령인 같은 마을의 양식어민들 중에서는 아예 올해 김 농사를 포기한 이들도 적잖다. 황씨는 그나마 남은 800여 줄에서 괭생이모자반을 떼고 남은 김이라도 채취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고는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씨는 "마음 같아서는 싹 다 포기해버리고 싶지만, 남은 절반마저 버리면 인건비는 어떻게 충당하겠나"면서도 "작업을 하면 할수록 시간하고 돈만 죽이는 꼴"이라고 했다.

본전은 고사하고 빚더미에 앉게 될까 노심초사다.

황씨는 "김 종잣값만 올해 2억400만원을 들였는데 전부 날리고 오히려 빚을 져야 할 상황"이라며 "한 달에 수천만원씩 나가게 될 판이라 빚낼 곳도 없다"고 했다.

어선을 비롯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100m짜리 줄 한 개에서 괭생이모자반을 떼는 데 걸리는 시간만 3~40분.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쉬지 않고 일해도 나가는 일당을 감당 못 할 수준이다.

황씨는 "인력도 부족하다. 동남아나 우즈벡 같은 인부도 전남에서는 대부분 해남이나 진도에 많지 신안에는 거의 없다"면서 "군청에서 일당을 8만원으로 잡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지금 인부를 부르려면 14~15만원 선이다"고 했다.

22일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1월2일부터 지금까지 괭생이모자반 유입량은 4846.1톤(추정치)이다. 이 중 수거량은 3093.5톤으로, 3분의 1이 넘는 양이 여전히 수거되지 못한 채 양식장과 해변 곳곳에 널려 있다.

이에 신안군은 올해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예산 11억8000만원과 괭생이모자반 수거·처리 지원사업비 10억원(도비 5억원, 군비 5억원) 중 8억5000만원을 긴급히 읍·면에 배정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수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연 소멸하는 특성상 오는 5~6월까지 유입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속하게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피해를 본 양식어가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안군 자은면 욕지리에 있는 김양식장이 중국발로 추정되는 괭생이모자반의 유입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신안군 자은면 욕지리에 있는 김양식장이 중국발로 추정되는 괭생이모자반의 유입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 대책없어… 지원책 마련해야

괭생이모자반이 전남 해역에 출몰하며 양식어민들을 괴롭힌 지 7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지원책이나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원인 역시 중국발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유입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황씨는 "듣자 하니 중국에서 수산자원 고갈로 물고기를 먹일 해초로 괭생이모자반을 키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됐다는 말이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를 방지할 대책을 세워야 마땅한데 아무 소식이 없다"고 했다.

재해로 인정해주거나 보험을 따로 만드는 등의 대책도 전무하다.

황씨는 "여름철 고수온 같은 경우도 재해로 인정해주는데, 수년 동안 지속하다가 올해 재앙 수준으로 터진 괭생이모자반을 왜 재해로 보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난달 해양수산부에서도 두 차례나 왔다갔지만, 제도상 해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군 공무원들 역시 어민들과 마찬가지로 괭생이모자반 처리·수거 지원을 위해 여력을 쏟고 있다"면서도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정부가 신속히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피해 어민들을 구제해야 하는데 피부에 와닿는 게 없다"고 했다.

이에 전남도·신안군 관계자는 "괭생이모자반 수거·처리에 힘쓰는 한편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에 재해 인정과 보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 마련을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을 상대로 "적지 않은 피해저감 및 대응 예산이 투입돼 왔음에도 괭생이모자반 어민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은 세부 대응 지침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