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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인가 사리사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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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인가 사리사욕인가

최황지 정치부 기자

게재 2021-01-27 16:14:42
최황지 정치부 기자
최황지 정치부 기자

기자도 언론플레이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3년 전, 한 재소자가 교도소의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감동한 사연을 절절히 담아 편지를 보냈다. 나에게만 보낸 편지라고 해서 기사를 썼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여러 신문사에 보낸 편지였다. 그의 의중을 묻진 못했지만 교도관에게 물으니 "같은 내용의 편지를 신문사 이름만 바꿔 보낸다"고 했다.

그뿐인가. 조합장의 비리를 제보한다고 자료를 보자기에 싸서 찾아온 인물들은 대부분 경선 탈락자거나, 그의 세력인 경우가 빈번하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사리를 채우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도 언플을 당했다. 5·18민주유공자예우법 공포 날짜에 맞춰 치러진 한 기자회견이었다. 해당 법에 따라 5·18 관련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모두 공적인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사단법인 기존 3개의 단체는 공법단체 설립시 자동으로 해산되고 새로운 공법단체로 출발한다.

법 공포날인 1월5일 열린 기자회견은 '진짜 3단체'가 공법단체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지도 않고, 해산 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펼쳐졌다.

"오월 3단체는 명분과 도덕성을 갖춘 공법단체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꾸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의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다가가 신분을 물었더니 그들은 모두 공법단체 설립준비위원회 회장이라고 답변했다.

취재 후 알고보니 '진짜 3단체'는 설립준비위원회 구성에 이제야 착수한다고 했다. 5일이 법 공포날이었으니 그제서야 시작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을 한 임의단체는 언론을 이용해 공적 지위를 부여받고 설립준비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꾸려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법적 효력이 없는 단체지만 언론은 이용한 것이다.

임의단체의 칼 끝엔 현 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있었다. 구속부상자회는 공로자회로 공법단체 지위가 바뀌고 회원들의 자격요건도 달라진다. 혼란스러운 틈 속 현 문흥식 회장의 '자격론'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사실 여러번 사용해서 무뎌진 무기다. 각종 전과로 실제 징역형을 살다왔고 이들이 제기한 '폭력조직원'설은 과거 재판 선고에선 제외된 문제다. 깡패 회장, 뇌물 받은 회장 등 사실 확인이 안된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합장의 비리폭로를 위해 보자기에 여러 증거들을 가져온 경선 탈락자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현 구속부상자회 지도부를 음해하는 세력들에게 신념이 있을 수 있다.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현 회장이 공법단체를 설립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론화를 시키는 게 맞다.

그러나 법이 공포되지도 않았는데 설립준비위원회를 자발적으로 꾸리고 본인들을 '회장'이라고 부르며 언플을 하는 행태가 대의인가 의구심이 든다. 결국 공법단체 지도부를 꿰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상공세를 퍼붓는 이기적인 집단이란 생각에 돌연 무서움도 느낀다.

신념이라면 경솔하고 사욕이라면 잘못됐다. 오월단체를 왜곡하는 세력들이 온라인에서 유공자들을 '깡패'라며 헐뜯고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또 다시 오월을 공격한다. 언제쯤 오월이 편안해질까.

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