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곳 싫어"… 코로나 시대, 농촌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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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북적이는 곳 싫어"… 코로나 시대, 농촌이 뜬다
▶Changed by Coron ②로컬 가치 재조명||귀농·귀촌 관심 ↑ 교육·체험 문의 증가||시골 학교 입학·전학 ‘인기’ 역전현상||전남 농산어촌유학 본격… 77명 신청
  • 입력 : 2021. 01.18(월) 17:31
  • 곽지혜 기자
전남 농산어촌유학 운영 학교인 광양 옥룡북초등학교에서 지난해 7월 2학년 아이들이 자연아 놀자 활동을 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한적한 산책길과 맑은 공기.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코로나19 시대에 소위 '사람' 마주치기 어려운 곳이라는 평가를 받던 '시골'이 각광 받고 있다.

북적이는 도심을 떠나 사람들은 외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거나 휴식을 찾아 떠난다. '캠핑'과 '차박'은 대표적인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시골에서의 한 달 살기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학부모들은 원격수업으로 집 안에 갇힌 아이들을 위해 이제 도시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시골 학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시골'에서 삶 꿈꾸는 도시민

"마스크 벗고 편안히 숨 쉬면서 일할 수 있는 곳, 농촌 말곤 아마 없을걸요?"

무안군 청계면 남안리에서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한지 3년째에 접어든 김동한(41) 씨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전국을 뒤덮었던 지난해 농촌에서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농사를 짓기 전 조선업에 종사했던 김씨는 "처음에 귀농을 마음먹게 된 계기는 고용불안정 때문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를 겪으면서 농촌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 평생 가장 잘한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요즘은 여가 생활을 즐기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잠깐이라도 외출하려고 하면 마음놓고 갈 곳이 시골말고는 없지 않냐"며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또 살 수 있다는 부분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저밀도 사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도시민은 41.4%로 전년대비 6.8% 증가했다.

특히 강진의 FU-SO(Feeling-Up, Stress-Off) 일주일 살기 사업은 지난해 400여명을 대상으로 마련됐지만, 1000여명이 참가 신청을 하며 주목 받았다. 강진군은 올해 참가인원을 1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 이유는 '자연환경이 좋아서'가 28.6%로 1위를 차지했고, '농업의 비전 및 발전가능성을 보고'라는 답변이 26.4%로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귀촌 이유는 '정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가 21.2%로 1위였고, '자연환경이 좋아서'는 19.3%로 2위를 차지했다.

김상권 전남도 귀농어귀촌지원팀장은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 증가 추이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 등 부분에서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며 "귀농귀촌은 충분한 준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라 당장의 증가 수치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농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시골학교 입학생들 늘어난다

"도시에서는 학교를 다닐 수가 없으니까요. 규모는 작아도 아이에게 학교생활이 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서효성(34·여·목포시 석현동) 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아들의 주거지를 부모님이 거주하는 무안군 몽탄면으로 옮겼다. 아들 박주형(7)군을 목포의 초등학교가 아닌 전교생 48명의 몽탄초등학교에 입학 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거의 학교에 못 가다시피 했는데 올해도 작년과 상황이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원격수업은 물론 아이들을 보살피는 문제 때문에 사직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으로 방과 후 아이를 돌보는 문제도 있었지만 서씨는 "무엇보다 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매일 집에 있으면서 친구들 만날 기회도 거의 없을 아이가 안타까웠다"며 "적은 인원이여도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시골 학교 입학 계기를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생 수가 적은 시골 학교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다. 도심에서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반면, 한 반에 5명 안팎의 소규모 시골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매일 등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안군 몽탄초등학교는 올해 3월 입학하기로 예정된 학생 3명 중 2명이 지난해 12월 인근 도시에서 전입해 온 가정의 아이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규모 학교의 경쟁력을 확인한 전남도교육청은 올해 본격적인 도시 학생 유치를 위해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규 교과 과정을 이수하면서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학비용 등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남도 교육청에 따르면 농촌 유학 1차 접수기간인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초등학생 63명과 중학생 14명 등 총 77명이 참여를 신청했으며 오는 22일까지 2차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전남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농산어촌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교육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