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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은 '선'을 지우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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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은 '선'을 지우는 데서 시작한다

양가람 사회부 기자

게재 2021-01-18 12:29:53
양가람 사회부 기자
양가람 사회부 기자

"서울은 물론이고 그 제도 자체가 없는 지역도 많아요. 다자녀라고 혜택을 주다보면 끝도 없어요. 다만 저희는 학생들에게 통학 편의를 제공하려 마련했을 뿐이에요."

'다자녀가정 학생 형제·자매 동일교 우선배정 정책'의 나이제한 규정에 대한 전남도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정책은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마련됐다. 지난 2015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3자녀 이상의 다자녀가정 학생은 형제·자매가 재학 중인 중학교에 우선적으로 배정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배정에 해당 정책을 도입한 도교육청은 '18세 미만 3자녀 이상'으로 나이 제한 규정을 뒀다. 규정대로라면 다자녀가정이더라도 성년인 자녀가 있으면 나머지 자녀들은 같은 학교에 우선 지원할 수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두 자녀 가정 학생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작 두 자녀 가정 학생들은 우선배정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며 "나이제한을 두지 않으면 두 자녀 가정 학생에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역차별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역차별은 차별받던 소수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되레 다수집단에게 차별이 되는 경우에 사용되는 단어다. 다자녀가정 정책이 시행되는 배경을 감안하면 해당 발언의 맥락은 부적절하다.

다자녀가정 학생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선'은 정책의 수 만큼이나 많다. 다자녀가정 우선배정 제도는 저출산을 '(극복해야 할) 문제'로 진단한 데서 만들어졌다. 제도가 필요한 사람의 눈높이 대신 제도를 만드는 사람의 눈높이가 반영된 것이다. 해당 제도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선심쓰듯 만들었다'는 태도가 배어있는 이유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미래교육'이 됐다. 단어에서 느껴지듯 '무엇을 미래교육으로 정의할 것인가'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도교육청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미래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즉, 전남교육의 미래는 '모든 아이가 그 혜택을 누릴 때' 실현되는 셈이다.

좋은(善) 복지엔 선(線)이 없다. 전남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소멸 고위험지역(2020년 10월 기준)에 해당된다. 도교육청이 다자녀가정 우선배정을 뒤늦게나마 도입한 까닭이다. 하지만 다자녀가정에 대한 정책이 '편의를 주기위한 시혜적인 것'이라는 발상은 제도에 선을 그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그 선을 넘지 못한 교육가정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은 타 교육청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열릴 논의의 장에서는 학생들의 눈으로 선을 지웠으면 한다. 그 선을 지우지 않으면 전남의 미래교육은 저 멀리 안개 속에 머물러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