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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가라앉은 낚싯배…9명 목숨 구한 정병오·신경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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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가라앉은 낚싯배…9명 목숨 구한 정병오·신경숙 씨

여수해경 민간해양구조대 활동…"당연한 일 했을 뿐"

게재 2020-11-23 15:10:59
지난 2017년부터 여수해경 민간구조대로 활동하고 이슨 정병오, 신경숙 씨 부부가 낚시배를 탄 승객 9명을 무사히 구조, 인명구조유공에 대한 감사장과 명패를 전달받았다. 여수해양경찰 제공
지난 2017년부터 여수해경 민간구조대로 활동하고 이슨 정병오, 신경숙 씨 부부가 낚시배를 탄 승객 9명을 무사히 구조, 인명구조유공에 대한 감사장과 명패를 전달받았다. 여수해양경찰 제공

지난 8일 오후 1시 11분께 여수시에서 70㎞ 떨어진 바다에서 9명을 태운 9.77톤급 낚싯배가 갑자기 후미부터 침몰하기 시작했다. 낚시꾼들은 뱃머리로 몸을 피했지만, 차가운 바닷물은 거침없이 밀려들었다.

이들의 목숨을 구한 것은 해경도 아닌 '민간구조대'로 활동하던 3.49톤급 유자망 어선 '화성호' 선장 정병오(56)와 신경숙씨 부부였다.

"여보, 저 배 좀 봐. 이상해."

지난 8일, 연안 유자망 조업을 하는 어선 화성호의 정 선장 부부는 갯바위에 손님을 태우러 가던 낚시어선을 보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주변 조업선은 배려하지 않은 채 과속하는 낚시어선이 있다 보니 작업을 하다가 낚시어선이 만든 파도에 배가 흔들려 선수에서 작업하는 처가 다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더욱 이상했다. 화성호에서 200m거리를 두고 이동 중이던 낚시어선은 눈에 띄게 배 뒤쪽이 점점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여수해경의 민간해양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 선장 부부는 가라앉고 있는 배를 보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배를 돌렸다.

정병오 씨는 "투망중인 어구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현장까지 이동하는데 3분여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미 낚시어선은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며 "그날 따라 유독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낚시어선 선장의 기지로 구명부환 여러 개를 엮어 승객들이 한곳에 모여 버틸 수 있었다.

정 선장 부부는 해경의 민간해양구조대원 교육에서 배운 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배를 정지시키고 침착히 줄을 던져서 구조요청자들을 한명씩 배 위로 끌어 올렸다.

신씨는 바다에 몇 번이나 빠질 번 하면서도 정선장을 도와 낚시객들을 구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두 부부의 부단한 노력 끝에 낚시어선 승선원 9명을 모두 구해낼 수 있었다.

"구조를 다 하고 나니 해경의 구조협조요청 문자가 와 있었다. 겨울이 되서 춥고 바람도 불고 그랬는데, 마침 우리가 바로 옆에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들은 입동이 지나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짧은 시간 만에 저체온 증상을 호소했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구조 된 후 다른 사람의 구조를 돕기도 했지만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거동이 불편해진 사람도 있었다. 정 선장은 이들을 태우고 가까운 항구로 입항해 해경과 119구조대에 이들을 인계했다.

사람들을 보내고 정 선장 부부는 그날 일을 접고 일찍 철수했다. 오로지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신없이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낸 후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이 아파서 바닷일을 계속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여수시 돌산 상동항에 입항한 정 선장 부부를 찾아가 인명구조유공에 대한 감사장과 명패를 전달했다.

지난 2017년도부터 민간해양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는 정 선장의 화성호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인명구조유공 명패'가 설치됐다.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은 정 선장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아닌 당연한 일을 했다는 담담한 미소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