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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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섬진강 연어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 입력 : 2020. 10.21(수) 16:30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가을 지리산을 붉게 휘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 지리산을 굽히 흐르는 섬진강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섬진강의 냄새를 기억한 수많은 연어들이 저 멀리 알래스카까지 가는 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인 섬진강으로 회귀한다. 차디찬 북태평양에서부터 무려 1만 6000㎞에 달하는 거리이다. 어미품에 안기듯 섬진강으로 돌아온 연어들은 산란을 마친 후 기진 맥진한 채 생을 마감한다.

이맘때면 섬진강 하류지역인 경남 하동 악양 구간에서 연어 포획이 이뤄진다. 지자체의 자원증식을 위한 프로젝트 때문이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은 지난 10일부터 포획에 들어가 현재 149마리를 포획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획기간이 11월 말까지 인걸 감안하면 700여 마리의 연어가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강원 양양 남대천, 삼척 오십천, 경북 왕피천, 울산 태화강에서 연어방류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대부분 동해지역에 분포해 있다. 남해에선 섬진강이 유일하다.

섬진강에선 1990년대 늦가을, 하구에서 40km를 거슬러온 다리에서 낚시꾼에 의해 첫 연어가 포획됐다고 한다. 섬진강내 개발을 막고 깨끗한 1급수의 물을 유지한 덕분이다.

그래서 전남도는 1998년 강원도 양양에서 어린 연어를 얻어와 1998년부터 방류사업을 시작했다. 3년 뒤 열여덟 마리를 시작으로 섬진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개체 수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도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45만마리의 치어를 방류할 계획이다.

연어는 어미의 품인 모천에서 '시작과 죽음'이라는 기구한 삶을 살아간다.

섬진강 연어들도 마찬가지이다. 섬진강 하구에 하얀 매화꽃이 흐드러질 무렵이면 어린 연어들은 떠날 채비를 한다. 방류된 치어들은 바로 떠나지 않는다. 40여 일간 섬진강에 머물며 강의 체취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먼바다로 떠나 성어가 될때까지 3~4년의 세월이면 잊을 법도 하지만 연어들은 섬진강의 냄새를 결코 잊지 않는다.

가장 멀고 험난한 섬진강을 찾는 연어들의 '위대한 여정'은 올가을에도 반복되고 있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