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2> "역사 바로 알리고 유족 아픔 위로 공간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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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8-2> "역사 바로 알리고 유족 아픔 위로 공간될 듯"
■‘여순10·19항쟁 역사관’ 가보니 ||외신 사진 속 역사 현장에 세워 || 희생자들에게 ‘위령 의미’ 담겨 ||여순사건 널리 알리는 역할 기대 || 해설사 30명 자원봉사로 활동
  • 입력 : 2020. 10.18(일) 18:16
  • 조진용 기자

여순사건 72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여순항쟁 순천유족회 회원들이 순천시 장천동 여순항쟁 순천유족회관 2층에서 열린 '여순 10·19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18일 찾은 순천시 장천동 종합버스터미널 뒤에 위치한 '여순10·19항쟁 역사관(여순항쟁 역사관).'

 사단법인 '여순항쟁 순천유족회'의 유족회관(순천시 이수로 24(장천동)) 2층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지난 6개월간 '여순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 소속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참여해 전시관을 꾸몄다. 전시주제 설정은 물론 여순사건 역사 검토과정을 거쳐 전시자료도 수집했다.

 의미가 상당하다. 진실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72년간의 침묵' 속에 여순사건의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들어선 국내 첫 기념시설이기 때문이다.

 ●72년 만에 첫 역사관

 '여순항쟁 역사관'이 개관한 것은 지난 5일. 여순사건 72주년을 맞아 순천시의 지원을 받아 개관했다. 유족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여순항쟁 역사관'이 들어서 있는 곳의 '의미'도 뜻깊다. '여순항쟁 역사관'에서 만난 박병섭 해설사는 "여순항쟁 당시 1948년 10월24일부터 26일까지 칼마이던스 외신기자가 남겨둔 사진 속 현장이 현재 여순항쟁 역사관의 위치"라고 했다. "여순항쟁 역사관은 희생자들에게 위령 의미가 깊다"고도 했다.

 '여순항쟁 역사관'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은 물론 전국화 등에 박차를 가하는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여순사건은 제주 4·3, 광주 5·18 등 근현대사를 대변하는 역사적 사건들 대다수가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또 제주 4·3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기념관과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지만 여순사건은 제대로 된 추모 시설이 없었다. 이번에 개관한 '여순항쟁 역사관'이 갖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는 연유다.

 박병섭 해설사는 "여순항쟁은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민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여순항쟁의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역사관의 개관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역사관은 앞으로 시민들에게 여순사건을 알리는 역할도 기대된다. 박 해설사는 "여순항쟁 역사관은 자라나는 세대들의 역사교육 장이자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간으로써, 역사관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여순항쟁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순항쟁 역사관' 개관과 함께 정부 등의 왜곡된 역사 등의 바로잡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해설사는 "국가는 민간인 희생 관련 내용을 정부의 공식 간행물, 역사교과서 간행물, 순천지역 향토사 등에 추가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가는 군인과 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쟁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법률과 국제인도법 교육을 시행하는 등 전시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순항쟁 역사관'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5시에 개관한다.

 역사관은 18개 주제로 여순항쟁의 전개와 피해 상황, 정부의 대응과 왜곡, 진실규명의 노력과 여순사건 역사지도, 유족회 역사와 활동 등을 선보이고 있다.

 박병섭 해설사를 비롯해 30명이 여순항쟁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자발적 '재능기부'다.

 ●유족 2세대 작가, 여순사건 화폭에

 여순사건 72주년을 맞아 '유족 2세대'인 박금만 작가의 '여순항쟁 역사화전'도 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이다.

 박금만 작가는 여순사건 유족 2세대로 이번 전시에서 여수, 순천, 구례, 벌교 등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박 작가는 "역사의 현장에서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역사학자의 고증을 받아 당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여수, 순천, 구례, 벌교 등 여순사건의 길을 따라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후 역사학자의 고증을 받아 그린 여수의 해원, 순천의 파란새, 벌교의 인민대회, 구례 섬진강 도하 등 대작 10여 점도 포함됐다. 향후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코너를 통해 작품 해설도 함께 열리고 있다.

여순항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여순항쟁 순천유족회 회원들이 순천시 장천동 여순항쟁 순천유족회관 2층에서 열린 '여순 10·19 역사관'을 둘러본 후 당시 피해 상황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