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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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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품격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게재 2020-10-11 14:43:15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입덕(入+오덕후: 어떤 분야에 푹 빠지다), 프로불편러(프로+불편한 사람), 핵인싸(커다랗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지내는사람 '인사이더'의 합성어), TMI(too much information), ~깡패(지나치거나 과한 점을 지적할 때 쓰는 신조어).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 지적한 방송 프로그램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 사례들이다. 요즘 TV를 켜면 신조어란 이름의 마구잡이식 줄임말과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무분별하게 전파를 타고있다. 드라마나 예능, 일부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도 문제 의식 없이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영어 표현을 무턱대고 가져다 쓰는 사례도 흔하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입소문 영업)', '딜레이(delay·지연)', 굿즈(goods·상품), 니즈(needs·요구), 리스크(risk·위험도), '딜리버리(delivery·배달)', '언박싱(unboxing·개봉)' 등 불필요한 영어 남발이 적지 않다. 국어문화원연합회에선 쉬운 우리말로 바꿔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외국어를 쓰는 습관을 쉽게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공공언어'의 외국어 오남용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공공언어는 공공기관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 2~3년 전 부터 길 바닥에 'Kiss & Ride'라는 영어표지가 등장했다.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배웅하거나 마중하기 위해 차가 잠깐 정차할 수 있는 구역을 가리킨다. 그러나 영어를 웬만큼 아는 사람도 그 뜻을 알기 어렵다. 주민 항의가 잇따르자, 해당 지자체들은 '환승정차구역'이란 우리말로 바꿨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관공서나 지자체의 보도자료에서 코로나 블루와 드라이브 스루, 팬데믹, 언택트, 집콕 등의 외래어 사용이 늘고있다. 공공기관에서 한번 쓰기 시작하면 전염병 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

지난 9일은 574돌 한글날이었다. 작금의 무분별한 한글 훼손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지경이다. 한글은 우리의 정신이자 정체성이다. 언어의 품격을 올려야 국격이 올라간다. 표준말 보급과 언어순화 운동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