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들은 위기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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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가들은 위기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했을까
은암미술관 '역설과 반전'에 8개지역 작가 초청||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통해 사회적 위기 표현||모순된 상황 속 숨겨진 진리찾기가 관전포인트||26일까지 은암미술관 및 유튜브 채널서 전시
  • 입력 : 2020. 09.06(일) 16:29
  • 박상지 기자

황순칠 작 '황계폭포' 은암미술관 제공

지난해 말 회오리처럼 몰아닥친 코로나19는 일시적인 사회문제가 아닌 생존 위기를 체감하는 계기가 되고있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상황은 절망감을 동반하지만, 위기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그 속에서도 희망찾기에 분주하다. 코로나19의 사회적 현상과 극복의지를 전국 8개 지역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광주에 마련됐다.

은암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서울, 인천, 대구, 충남 등 8개 지역 작가들과의 교류전을 기획했다. 오는 26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전시되는 지역교류전의 주제는 '역설과 반전'이다.

역설(逆說)은 사전적 의미로 모순된 상황에 진리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으며, 이견이 혼재된 상황을 극복의 의지로 이겨낸다면 오히려 반전(反轉), 즉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의 의지'를 전시에 담았다.

전시는 김형숙(전남), 김혜경(서울), 손승범(인천), 신강호(대구), 이강일(충남), 황순칠(광주) 작가의 작품 15점으로 구성됐다.

독일에서 미디어와 영화를 공부한 전남의 김형숙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실을 통한 사선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중하류층이 생활하는 도심 인근의 낙후 지역(재개발 지역)의 현실 세계를 다큐멘터리 또는 실험적으로 제작했던 이미지를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하며, 작가 자신이 스스로 체험한 기억이나 체험을 다른 영상매체로 융합시켰다.

미디어아트와 전통 공예를 융합시킨 서울의 김혜경 작가는 중국의 고대 산수화, 도자, 공예의 길상 문양을 시각적 뉴미디어로 표현했다. 작가는 전통 예술품인 도자기, 화병, 분청의 편병, 장군병, 전통 가구 등에 매핑(mapping) 기법을 투영시켰다. 미디어아트로 만들어낸 효제 문자도를 49인치 TV 8개에 병풍처럼 장엄하게 펼쳐 보인다.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의 손승범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하고,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재료로 장지에 먹, 분채, 호분, 아크릴, 과슈 등을 혼합해 사용하거나 회화에서 표현된 소재로 석고상, 성모상, 물고기, 꽃, 열매 등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연출해 거리의 설치작업처럼 표현했다.

대구의 신강호 작가는 보잘 것 없고,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나뭇가지를 조각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다. 그는 선택의 과정이 작품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산천초목이나 무생물에 새로운 기운과 작가의 정신을 쏟아 부었다. 그저 볼품없는 나뭇가지로 클래식 음악의 조화를 이끄는 카리스마 지휘자를 표현하고 있다.

일상적 풍경과 봉황 그리고 봉황도를 거친 붓 자국으로 표현한 충남의 이강일 작가는 소나무와 자화상 그리고 봉황 탄 소년 등이 거칠게 표현돼 있어서 민중미술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의 작품은 사물에 대한 생명력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특히 인체의 표현에 있어서 사실적인 표현보다 일그러지고 투박한 형태와 색채로 실존주의 철학을 탐구하고 있다.

2차원 평면 공간을 다루는 광주의 황순칠 작가는 공간개념을 서예에서 형성시켰다. 10대 때(1973년) 서예 입문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의 최근 작품인 2019년(수락폭포)과 2020년(황계폭포)의 작업은 주로 세로의 흐름이 형성돼 밀도 감각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이 감각의 표현은 폭포라는 주제에 있어서 조형적 언어의 실감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및 관람객 안전을 위해 사전 예약제와 유튜브 온라인 전시로 시행한다. 관람 가능한 요일은 월~토요일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신강호 작 '나무정령'

이강일 작 '소나무와 자화상'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