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해·코로나 공포… 전남동부권 '엎친데 덮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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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역대급 수해·코로나 공포… 전남동부권 '엎친데 덮친격'
순천과 광양 코로나19 감염확산에 여수까지 ‘초긴장’ ||40년만의 수해 복구도 힘든 구례, 자원봉사까지 줄어
  • 입력 : 2020. 08.24(월) 18:32
  • 구례=김상현 기자
코로나19확산에 따라 순천시는 낙안읍성 등 4대 관광지를 당분간 폐쇄했다.
 40년만의 수해피해 상처의 흔적이 여전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전남 동부권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지역 상권은 그야말로 하루 버티기도 힘든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수해 복구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어들면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여기에 태풍까지 예고되면서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상황이다.

 ●순천 "코로나19 때문에 지역 침몰"

 코로나19 확진자가 소식이 이어지던 24일 순천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인터뷰 내내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수해도 수해지만,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그나마 간신히 오던 관광객도 돌아설 판"이라며 "하루 버티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동부권은 여름 휴가철 수십만 관광객이 다녀감에도 코로나19 지역감염자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방문판매업체 설명회를 다녀온 순천의 70대 여성(순천 5번)이 지난 20일 확진된 이후 나흘 만에 16명이 연속적으로 감염되면서 지역이 초토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순천 홈플러스 푸드코트와 이마트 푸드코트를 찾은 시민의 감염사례가 잇따르면서 더 많은 감염자가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확진판정 받은 또 다른 40대 여성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헬스클럽과 사우나 등을 하루 두 번 찾는 등 가족과 지인을 포함해 380여명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 전체가 떨고 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n차 감염이 이뤄지면서 임시로 마련된 순천팔마체육관 드라이브스루는 밀려드는 차들로 도로 정체까지 빚고 있으며, 선별진료소마다 검사를 원하는 시민들이 폭주해 결과도 평소보다 2~3일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순천시보건소의 여성 공무원은 선별진료소 밤샘 근무 중 확진됐으며, 보건직공무원 2명이 밀려드는 검사에 과로로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허석 순천시장은 이날 비상 담화문을 통해 "팬데믹에 버금가는 상황이 순천에서 전개되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행정명령 발동도 고려해야 하기에 종교시설 대면 예배 금지, 외출 및 모임 금지 등을 꼭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순천시는 낙안읍성과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드라마촬영장 등 4대 관광지를 폐쇄한 상태다.

 ●광양에 이어 여수까지 확진자 확산 공포

 광양시도 분위기는 최악이다. 광양에서는 서울에서 광양을 찾은 딸의 가족을 만난 60대 여성(광양 3번)이 확진된 이후 지난 22일 오전 제철협력회관 식당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3명이 확진됐다. 이후 여성들의 가족에게 전파돼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확산세로 접어들고 있다.

 순천과 광양에 확진자가 증가하자 여수도 떨고 있다. 순천·광양시와 20분 거리의 여수시는 휴가철인 8월에만 91만명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확진자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으나, 다행히 현재까지 지역감염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여수시는 순천 및 광양시에 출퇴근자가 많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상당하다. 만약 중화학 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의 공장으로 코로나가 퍼진다면 가동 정지로 인한 막대한 피해도 예상되고 있어 여수시는 대책마련에 총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구례 "수해 피해 복구도 멀었는데"

 이달 초 많은 비와 섬진강 홍수로 도심이 잠겨 버린 구례군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수해 참사의 복구도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위협까지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손도 크게 줄었다.

 이날 구례군에 따르면 이번 한 달 동안 수해 복구를 위해 구례를 찾은 자원봉사자는 1000명이 넘었다. 그러나 최근 동부권에 엄습한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자 수가 크게 줄면서 현재는 군 장병 외 30~40여명의 민간인만 복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마저도 25일 군인들이 떠나게 되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곧 국내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구례군 관계자는 "당장 일손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군의 입장에서는 당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낼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 했다.





구례=김상현 기자 is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