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성 글로벌평화연구소장 |
'정명가도(征明假道, 명을 정복하려 하니 길을 빌려달라)'. 1592년 동래 성문 앞에서 새카맣게 몰려든 왜군은 이렇게 깃발을 내걸었다. 정읍 출신 부사 송상현은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 싸우다 죽을지언정 길을 빌려줄 수는 없다)'이라는 글을 내걸고 싸웠다. 그러면 왜군은 왜 명나라로 직접 쳐들어가지 않고 조선을 먼저 침략했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팽창주의적이었던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하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 고구려와 같이 자신들에게 직접 위협이 되는 경우다. 수·당의 경우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고구려를 침략했다. 그들은 머리 위에 대국을 두고 편히 잘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 고종대에 이르러 책사가 나타나 당나라에 위협이 되는 고구려와 백제를 깨트리는 비책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동맹차단전략(Alliance Isolation Strategy·AIS)과 역동맹전략(Opposite Alliance Strategy·OAS)'이다. 당은 3분지세(三分之勢) 중 가장 약한 신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무너뜨렸다. 둘째, 중국과 일본의 팽창주의 세력이 패자(霸者)가 되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자신의 배후가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한반도를 자신의 수중에 넣어야 했다. 임진왜란의 경우 일본이 명나라를 먼저 침략할 경우 명나라와 동맹을 맺은 조선이 일본의 배후를 위협하게 되므로 약한 조선을 먼저 침략한 것이다. 동일한 경우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일제 침략이다.
그러면 현재의 중국은 어떠한가. 군사 팽창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첫 번째 관문 역시 한반도다. 중국은 한반도가 자신의 배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을 유지시키고 있으며 북한이 붕괴되면 북으로 진출할 명분 역시 축적했다. 강력한 한미동맹은 이러한 전략을 가진 중국에게 큰 방해요소다. 그러므로 중국은 한미동맹을 흔들어 한국을 고립시킴과 동시에 북한을 핵 무장시켜 남북통일을 차단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항하게 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북핵은 이미 생존수준을 넘어서 중·러의 반미전선에 적극 활용된 결과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핵은 핵 이외에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핵무기를 만들자 즉각 소련과 중국이 핵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남한은 북핵 위협에 무방비 상태이며 이미 북한이 개발한 수소폭탄이 투하되면 남한은 지도에서 사라진다. 비록 트럼프가 핵우산을 재확인해 주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정부는 상호확증파괴전략의 일환으로 개량된 탄도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핵잠수함, 아이언돔을 동원하려 하지만 중국의 팽창주의 전략과 고도화된 북핵에는 역부족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의 팽창주의와 북핵은 동북아의 핵 안정성에 균열을 초래했고 핵 안보딜렘마에 빠진 한·일의 핵무장을 자극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군사적, 정치적 독립을 이루고 완전한 광복을 이루기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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