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연주> 기후위기, '선언'을 넘어 '실천'이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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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연주> 기후위기, '선언'을 넘어 '실천'이 절박하다
장연주 광주시의원
  • 입력 : 2020. 08.12(수) 12:34
  • 편집에디터
장연주 광주시의원
전국적으로 유래없는 물난리를 겪는 중이니 기후 위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긴긴 장마에 이어진 3일 동안의 폭우가 무서웠다. 수해복구 와중에 다시 태풍 '장미'와 함께 비가 쏟아졌고 '장미'가 지나간 자리에 바로 또 비구름이 만들어지고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우로 인한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전국에서 4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최대의 인명피해라고 한다.

광주에서는 3일 동안 누적강수량이 450㎜나 되고 건물침수로 인한 사망자가 1명, 이재민도 267세대, 400명이 발생하였다. 차량 침수도 300대에 이르고 건물, 농경지 침수로 인한 재산피해는 채 집계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길고도 무섭게 비가 쏟아진 일은 50이 넘은 내 생애에 처음이다.

80이 넘으신 어르신들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비가 온 것은 생전 처음 겪는다고들 하신다.

그러니 예전에 없던 '이상 기후'가 맞다.

올해 이 긴 장마의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북극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제트기류(상층의 강한 바람 띠)의 흐름이 약해졌고 그 때문에 극지방에 있어야 할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까지 내려와 북쪽으로 올라가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못 올라가 막히면서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형성되었는데 이 장마전선이 동아시아 지역을 오르내리면서 폭우를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반도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여러나라가 함께 폭우피해를 겪고 있다.

이상 기후 현상은 아시아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북극은 38도, 시베리아는 30도가 넘는 이상 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비상사태까지 선포되고 미국또한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위기인 것처럼 이상 기후 또한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변이고 위기인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은 수해복구처럼 장마전선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더욱 큰 일이다.

이제 기후변화를 막는 일은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한 과제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몇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만드는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배출을 멈추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해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경고를 받아들여 2018년 8월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총회에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배출 45%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자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였고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여기에 부응한 정책과 선언을 이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늦었지만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였고 각 지자체들도 기후 위기 선언과 에너지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7월 21일 2045년까지 에너지 자립률 100% 달성을 목표로 한 '광주형 AI-그린뉴딜' 3대 전략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폭우피해로 연기되었지만 광주공동체 기후위기 비상사태 공동선포식, 광주시의 광주형그린뉴딜 비전보고회도 계획이 되어있다.

광주가 이렇게나마 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배경에는 광주시민과 100여 개의 시민단체가 함께 해온 금요행동 등의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기후위기 선포, 탈탄소, 에너지자립도시 선언 등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광주공동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은 정책을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과 추진체계를 제대로 세우고, 교육청은 환경과 기후교육을 강화하고, 시민사회는 앞서 실천하며 행정을 선도해가야만 성공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다. 이 모든 영역에서 의회도 제안하고 감시하고 대변하는 자기 역할을 긴장감 있게 해가기 위해 특위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2018년 8월 스웨덴의 15세 소녀 그레타툰베리가 학교를 가지 않고 기후위기 시위를 시작한 후 2년이 지났다.

'기후변화가 지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왜 학교에 가야하나요? 왜 존재하지도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라고 외쳤던 절박함을 우리는 코로나19와 폭우재난을 거치며 이제야 느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이 '기후위기 감수성'이며 기후위기 감수성을 키워가야만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모두의 실천, 지금 당장도 늦은 일이나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더욱 안 되는 일이 되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