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죽으면 책임질게" 택시기사 발언…정반대로 해석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사회

"죽으면 책임질게" 택시기사 발언…정반대로 해석된다?

경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적용을 검토
법조계 "미필적 고의 살인이 안될 이유가 없어"

게재 2020-07-07 10:17:11
접촉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 환자 이송을 지체시킨 택시기사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글에 동참한 인원이 게시 이틀 만에 50만명을 넘어섰다.(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갈무리 제공)
접촉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 환자 이송을 지체시킨 택시기사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글에 동참한 인원이 게시 이틀 만에 50만명을 넘어섰다.(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갈무리 제공)

서울 강동구에서 응급환자가 탄 사설 구급차를 막아 환자이송을 지체시킨 의혹을 받는 택시기사 사건과 관련한 파문이 계속 되고 가운데, 경찰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 관심이다.

7일 교통법, 형사법 전문가들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 못할 이유가 없다" 혹은 "현실적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죽으면 책임진다'고 말하고, '급한 환자'라고 해도 못 가게 하는 등 상황을 고려하면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여부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택시기사가 구급차 안 여성 환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로서의 살인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위험이 있음을 예견·용인하면 족하고 그 주관적 예견 등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인정된다.

한 변호사와 다른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죽으면 책임진다'는 발언은 오히려 사망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택시기사의 발언은 죽으리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전문 로펌 엘엔엘(L&L)의 정경일 대표변호사도 "택시운전 기사의 발언은 한국인 특유의 반어법으로 보인다"며 "미필적 고의를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김 연구위원과 정 대표변호사는 택시기사에게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윤리적 비난이 매우 높은 사례라고 해서 형법으로 모두 처벌할 수는 없다"며 "사설 구급차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업무방해 혐의 외에도 강요와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도록 면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업무방해는 구급차 운전자와 택시기사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혐의"라며 "강요죄가 적용될 경우 고인의 유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요와 업무방해의 법정형은 거의 동일하다"며 "강요 혐의를 인정할 경우 판사가 법정최고형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무방해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상 강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요 혐의가 적용될 경우 △사건 자체의 비난 가능성이 큰 점 △피해자인 유가족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판사가 법정최고형인 5년을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분석이다.

경찰은 일단 택시운전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전날 오후 6시께 기준 57만여명이 동의, 정부 답변 기준(20만명)을 훌쩍 넘은 상황이다.

사건은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당시 어머님의 호흡이 옅고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가려고 사설 응급차를 불렀다"며 "가고 있는 도중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다 영업용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응급차 기사분이 내려서 택시기사에게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드리고 사건을 해결해드리겠다'고 했다"며 "그러자 기사는 '사건 처리를 먼저 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응급차 기사가 재차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지만 기사는 반말로 '지금 사건 처리가 먼저지 어딜 가느냐,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응급차 기사에게 '저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을 켜고 빨리 가려고 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며 "심지어 응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는 눈을 뜨지 못하고 5시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경찰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 밖에 없다고 한다"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