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신안 대기점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주말&

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신안 대기점도

이돈삼 / 여행전문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게재 2020-05-14 16:46:37
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에 세워져 있는 안드레아의집-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있다.
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에 세워져 있는 안드레아의집-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작은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김상용의 시 '남(南)으로 창을 내겠소'의 앞부분이다.

시의 제목에 빗대 '맷돌로 창을 내겠소'다. 유럽풍의 건물에 둥근 창이 하나 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래 전, 절구로 쓰던 맷돌이다. 맷돌의 아랫부분을 깎아 둥근 창틀로 만들었다. 기가 막힌 발상이다.

맷돌을 다듬어 거꾸로 지붕 위에 매달아두기도 했다.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종(鐘) 같다. 거친 파도와 함께 달려온 바닷바람이 종을 휘감으면, 둔탁한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직사각의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도 매혹적이다. 창밖으로 바다 건너편의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날 때 모습을 드러내는 노두도 사각의 창 안에 배치된다. 창틀이 범상치 않다. 겉모양이 아주 거칠다. 돼지의 먹이를 담아주는 콘크리트 구유를 깎아서 앉혔다.

출입문의 문양도 별나다. 해와 달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해와 달의 시간에 맞춰 사는 섬과 섬사람들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 사이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이쁘다. 건물의 지붕에는 양파 모양의 조형물이 올려져 있다. 고양이 조형물도 우뚝 서 있다.

창틀로 쓴 맷돌과 구유는 섬에서 쓰던 물건이다. 양파는 섬에서 많이 재배하는 농작물이다. 고양이는 주민들보다도 더 많이, 섬에서 살고 있다. 집과 조형물이 파도와 갯벌, 산, 논밭과 잘 어우러진다. 섬 풍경을 돋보이게 해주는 건축물이다.

'안드레아의 집(생각하는 집)'의 겉모습이다. 이원석 작가의 작품이다. 안드레아의 집은 예수의 열두 제자의 이름을 따서 붙인 작은 예배당 가운데 하나다. 병풍도와 노두로 연결되는, 북촌마을의 앞동산에 자리하고 있다. 북촌마을은 신안군 증도면 대기점도에 속한다.

대기점도는 북촌에서 병풍도, 남촌에서 소기점도와 연결된다. 바닷물이 빠지면 노두를 통해 하나가 된다. 바닷물이 들면 서로 떨어져 섬으로 남는다. 하루 두 번 되풀이된다. 노두는 주민들이 물때에 맞춰 건너다니던 길이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다. 사람은 물론 자전거와 오토바이, 자동차도 오간다.

노두를 통해 여러 개의 섬과 연결되는 대기점도는 수려한 경관을 지닌 섬이 아니다. 병풍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두 외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평범한 섬이었다. 전라남도가 섬의 노두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2018년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기점도와 소악도가 선정됐다.

작은 예배당은 이 사업으로 지어졌다. 예수의 열두 제자 이름을 딴, 12개의 예배당이다. 집짓기에는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의 생각과 눈은 달랐다. 땅은 물론 갯벌과 호수에도 집을 지었다.

이렇게 지은 집이 노두로 연결되는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 섬 12㎞에 배치됐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려서 '기적'이다. 12개의 예배당을 차례로 만나니 '순례'다. 기적의 순례길이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노두를 따라 하나씩 만날 수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빗대 '섬티아고'로도 불린다.

작은 예배당은 특정 종교의 시설이 아니다. 개신교인들한테는 예배당, 천주교인들에게는 공소, 불자들에겐 암자일 수 있다. 여행자에게는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쉼터다. 섬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불편까지도 즐겁게 해준다.

집집마다 담겨있는 이야기도 각별하다. 부모의 은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집도 있다. 남촌마을에 사는 오지남(84)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밭을 선뜻 내어줘 지은 '요한의 집(생명평화의 집)'이다.

위아래로 길게 난 창으로 4년 전 사별한 할머니의 묘가 보인다. 사람이 나고, 살다가 죽기까지의 과정을 할머니의 묘를 통해 담아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박영균 작가의 작품이다.

"작품 구상을 위해 섬에 갔었는데, 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덕 위에 자리한 묘가 이쁘더라고요. 묘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연을 듣게 됐죠." 박 작가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작가의 마음을 송두리째 움직인 건 할아버지의 사연이었다. 할아버지는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며 살았다.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할머니가 4년 전에 작고했다. 암이었다. 그럴싸한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혼자 남은 할아버지가 밭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할머니의 고충을 알게 됐다. '이렇게 많은 일을 혼자 어떻게 다 했을까?' 지난날이 절로 그려졌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할머니가) 병이 나 죽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진즉 알지 못했을까' 회한도 밀려왔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속죄의 마음이 커졌다.

할아버지는 묘 주변에 풀꽃을 심었다. 죽어서라도 할머니를 꽃밭에 두고 싶었다. 틈틈이 묘지도 단장했다. 박 작가를 만난 게 그때였다. 자신의 밭 한 귀퉁이를 기꺼이 떼어줬다. 그렇게 지어진 집이 '요한의 집'이다.

요한의 집은 하얀 원형의 외곽에다 지붕과 창의 색깔유리가 아름답다.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염소 조각상도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는 집안일을 하다가도, 할머니가 생각나면 이 집을 찾는다.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으며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할아버지에게 이 집은 온전히 할머니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요한의 집이 있는 남촌마을은 북풍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기적의 순례길은 여기서 '필립의 집(행복의 집)'으로 이어진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두가 있는 곳이다.

섬의 모양새가 기묘한 점을 닮았다고 이름 붙은 대기점도다. 섬의 북쪽에 북촌, 남쪽 해안에 남촌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은 70여 명 산다.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간척지를 중심으로 쌀과 보리를, 야트막한 구릉의 밭에는 콩과 고구마, 마늘과 양파를 심고 있다.

이돈삼 / 여행전문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에 세워져 있는 안드레아의집-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있다.
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에 세워져 있는 안드레아의집-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있다.
딴섬에 있는 가롯유다의집-예수의 제자 이름을 딴 집 가운데 12번째 집이다
딴섬에 있는 가롯유다의집-예수의 제자 이름을 딴 집 가운데 12번째 집이다
마태오의집-12개의 건축미술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갯벌 위에 세워져 있다
마태오의집-12개의 건축미술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갯벌 위에 세워져 있다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4)" "베드로의집-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져 있다. 12개 집 가운데 첫 번째 집이다.
북촌마을 들녘-흑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북촌마을 들녘-흑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북촌마을 민가에 내걸린 건정
북촌마을 민가에 내걸린 건정
북촌마을에서 본 대기점도와 병풍도 잇는 노두
북촌마을에서 본 대기점도와 병풍도 잇는 노두
섬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의 해변라이딩
섬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의 해변라이딩
섬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의 해변라이딩
섬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의 해변라이딩
안드레아의집 창(구유)으로 본 병풍도와 노두 풍경.
안드레아의집 창(구유)으로 본 병풍도와 노두 풍경.
안드레아의집 창(구유)으로 본 병풍도와 노두 풍경.
안드레아의집 창(구유)으로 본 병풍도와 노두 풍경.
안드레아의집 창(구유)으로 본 병풍도와 노두 풍경.
안드레아의집 창(구유)으로 본 병풍도와 노두 풍경.
안드레아의집 창문(해와 달을 표현)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 창문(해와 달을 표현)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 창문(해와 달을 표현)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 창문(해와 달을 표현)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에서 본 북촌마을 전경
안드레아의집에서 본 북촌마을 전경
안드레아의집에서 본 북촌마을 전경
안드레아의집에서 본 북촌마을 전경
안드레아의집에서 본 북촌마을 전경
안드레아의집에서 본 북촌마을 전경
안드레아의집의 절구로 만든 창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의 절구로 만든 창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의 절구로 만든 창으로 본 북촌마을
안드레아의집의 절구로 만든 창으로 본 북촌마을
오지남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는 요한의집-남촌마을에 있다. 집 뒤로 할머니의 묘가 보인다
오지남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는 요한의집-남촌마을에 있다. 집 뒤로 할머니의 묘가 보인다
오지남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는 요한의집-남촌마을에 있다. 집 뒤로 할머니의 묘가 보인다
오지남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는 요한의집-남촌마을에 있다. 집 뒤로 할머니의 묘가 보인다
요한의집 출입문과 긴 창으로 본 할머니무덤
요한의집 출입문과 긴 창으로 본 할머니무덤
요한의집이 있는 남촌마을 풍경
요한의집이 있는 남촌마을 풍경
[{IMG28}] [{IMG28}]
요한의집이 있는 남촌마을 풍경
요한의집이 있는 남촌마을 풍경
요한의집이 있는 남촌마을 풍경-남촌마을 경로당
요한의집이 있는 남촌마을 풍경-남촌마을 경로당
토마스의집-창밖풍경
토마스의집-창밖풍경
필립의집-소악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세워져 있다
필립의집-소악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