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격리자 폐기물 수거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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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코로나19… 격리자 폐기물 수거팀의 하루
'자가격리자 신분노출 될라’… 폐기물 30분만에 수거||생활폐기물 1톤 수거… “감염 무섭지만 누군간 해야죠”
  • 입력 : 2020. 03.15(일) 17:04
  • 김진영 기자
코로나19와 사투는 일상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광주시 남구청 폐기물 수거팀이 자가격리자들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당연히 무섭고 두렵죠. 그래도 격리되신 분들만큼 두렵기야 하겠어요. 또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19와 묵묵히 싸우는 이들이 있다. 자가격리자들이 내놓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광주 남구청 최진혁(47) 팀장. 지난달 11일부터 꼬박 한달 째 자가격리자들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그동안 처리한 양만 1톤이 넘는다.

자가 격리자들이 먹다 남긴 도시락이나 사용한 휴지 등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고 소독하는 것이 그가 속한 수거팀의 임무다.

처음엔 두려움도 컸다.

"혹시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죠." 솔직한 그의 마음이다.

하지만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생각하면 자신의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최 팀장은 말한다. 그는 "의료진이나 대구지역 어려움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했다.

수거팀의 하루는 '완전 무장'과 함께 시작된다.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곳만 골라 다니는만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감싸는 방역복을 입는 것은 필수다. 마스크와 흰 장갑도 착용한다.

웃지 못할 '소동'이 빚어지기도 한다. 완전 무장을 한 수거팀의 모습을 보고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착각한 주민들의 반응 때문이다.

"직원들이 흰 방역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주민들은 확진자가 나온 줄 알고 난리가 난 거에요. 보건소에 신고가 쏟아졌고, SNS에는 가짜뉴스까지 올라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주민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요. 혹시라도 마주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미리 설명해 드리기도 하죠."

최 팀장은 수거팀의 업무를 '시간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격리자들이 폐기물을 내놓았다고 신고하면 처리팀이 수거하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변 주민들이 노란색 폐기물 봉투를 보고 격리자로 낙인찍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자가격리자들이 의료폐기물 전용봉투에 생활폐기물을 내놓고 보건소에 신고하면 저희에게 인계돼요. 신고와 동시에 출발해 30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합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미리 준비한 봉투에 다시 폐기물을 싸맨 뒤 현장을 소독하고 곧바로 소각장으로 향합니다. 신천지 등 격리자들이 이웃들로부터 오해받을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수거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수거팀이 가동된 후 슬레이트 수거 사업, 폐기물 허가 등 본래 업무는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그렇지만 업무 마비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의료용품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매일 하루에 한 벌씩 그날그날 입은 방역복은 곧바로 폐기하는데, 지금 코로나19로 전국적인 비상에 걸려 방역복도 마스크도 2주분밖에 남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체 용품을 구하기 위해 철물점까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과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직면한 터라 당장 2주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한 마디를 덧붙인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무섭고 집에서도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해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내 책임이니 내가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