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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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양날의 칼 팬덤
  • 입력 : 2020. 02.23(일) 16:19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 팬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팬덤을 형성했다.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 국가에 동시 방영되면서 해외 팬덤이 생겼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7개월의 '오스카캠페인' 동안 SNS에 '봉하이브'(Bong Hive)를 자처하는 열성팬이 만들어졌다. '봉'과 '벌집'의 합성어로 봉 감독 영화를 벌집 안의 벌들처럼 응원하는 팬덤이다.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의 fan과 나라를 뜻하는 'dom'을 합성한 말이다. 특정 인물이나 브랜드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깊이 빠져드는 사람을 말한다. 팬덤은 경제적 이익도 가져다 준다. 유튜브나 SNS에서 공연, 로열티(굿즈 등) 등 관련 매출이 일어나고 광고시장을 통한 2차, 3차 수익을 일으키는 소비층이다. '월드 클래스'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 케이팝(K-POP) 그룹으로 북미, 유럽에서 메가 히트를 거둔 중심에는 팬덤 아미(ARMY)가 있다. 아미는 BTS가 창출하는 매출의 절대적 기반이기도 하다. 팬덤과 그 대상은 일종의 유기체적 관계다. 디지털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팬덤의 정치화가 뜨거운 논란이다. 팬덤 정치는 시민들의 정치 열망을 표출시키는 참여 통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확고한 지지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필요성과 모바일 미디어는 이를 더 키웠다.

그러나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삐뚤어진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욕설이 섞인 이메일과 전화·문자 폭풍 공세, 가짜뉴스 퍼뜨리기, 신상털이 사이버 공격 등의 극단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과열된 '팬덤'이 '양날의 칼'을 만든 셈이다. 팬덤 정치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열풍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이념적 지지와 뚜렷한 목적 의식, 건강한 비판이 중심이었다. '우리만 옳다'는 생각은 오만과 독선이다. 상대 의견을 존중할 때 팬덤은 빛이 난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